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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전원명당-55)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자연의 이치대로 농사짓는 태평농법의 메카…친환경 자급자족 예서 배워볼까”
경상남도 남부에 위치한 사천시는 동쪽으로 고성군, 서쪽으로 하동군, 남쪽으로 남해군, 북쪽으로 진주시에 접해있다. 

지형적 특징은 북·동·서쪽은 산지에 둘러싸여 있고, 남쪽은 리아스식 해안을 이룬다. 주요 산은 와룡산(799m)·흥무산(455m)·이명산(570m) 등이 있고, 덕천강·사천강·죽천·백천·곤양천이 흐른다.

구룡산에서 발원한 죽천은 동쪽 사천만으로 흐르고, 하동군에서 발원한 곤양천은 군의 서부지역을 남류해 서포면의 광포만으로 흘러들면서 유역에 평지를 형성한다.

사천의 기후는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의 혼합된 영향을 받아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온화해 전원생활 하기에 좋다.

교통은 부산∼순천 간 남해고속도로가 시의 서부 중앙을 관통해 마산·진주·순천으로 통하고, 진주∼삼천포 간의 국도가 시의 동부를 남북으로 지나며, 사천과 고성을 잇는 국도가 시의 동남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다. 철도는 경전선 철도가 곤명면을 경유해 시의 서북부를 지난다. 모충공원과 남일대해수욕장을 연결하는 해안도로도 있다. 특히 사천공항과 인근에 항공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서포면 비토리 일대

서포면은 사천시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다. 면의 동서남쪽 3면이 바다에 접해있어 비토도를 비롯해 저도·별학도·송도·정등도·굴도·띠섬 등이 흩어져 있다. 면 전체가 거의 평지이며 곤양천이 면의 북동부를 흘러 광포만으로 흘러든다.

서포면 비토리(비토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 육지와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이다. 예전에는 주변이 바다였으나 섬과 섬 사이를 간척해 농지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천황봉(76m)·중봉이 고지대를 이루며, 진도·소진도·질매섬·도래섬·별학섬·까치섬 등의 작은 섬들이 주변에 위치해 있다. 자연마을로는 비토(거북섬,비토도), 구석몰, 낙지, 사창, 산촌, 세곡, 소낙지, 장가는개(작은세곡), 재넘, 하봉 등이 있다.

섬이 거북처럼 생겼다 하여 거북섬이라고 하며, 또는 어찌 보면 지형이 나는 토끼 같다고 하여 비토라고도 하던 것이, 후에 비토리가 되었다. 구석몰은 동쪽 구석에 있는 마을이다. 학교는 서포초등학교 비토분교가 있었지만 1997년 폐교되었다. 1005번 지방도가 지난다.

비토리 별학섬

비토리를 이루는 비토도는 지형적으로 하나의 분지를 이루며, 최고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주위에는 해발 50m 내외의 구릉성 산지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중앙에는 논으로 이용되는 넓은 저지대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이곳 사천면 비토리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전원명당’으로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 곳이 ‘태평농법’의 메카이기 때문이다.

땅을 갈지도 않고 농약과 비료도 전혀 쓰지 않는 태평농법의 창시자인 이영문(57) 씨가 바로 이곳 비토리 별학섬 등지에서 토종 식물 재배 및 종자 보전, 태평농법 전파에 힘쓰고 있다.

태평농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논농사를 예로 들자면, 먼저 논을 갈지 않는다. 마른 땅에 그냥 볍씨를 뿌린다. 농약도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볍씨를 뿌려놓고 수확만 한다. 그래도 생산성은 높다.

이 씨는 육지에서는 어렵게 구한 토종 종자가 도난당하는 등 수난을 겪자 별학섬으로 들어왔다. 종자 보전에도 유리할 뿐 아니라 바람 많고 환경이 척박한 이곳이야말로 토종 재배지로서 적격이라는 판단에서다. 거친 환경을 이겨 낸 작물은 온난화 등 기후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영문 선생님

이 씨는 10여년 전부터 별학섬의 땅을 빌려 벼와 함께 잡곡류, 엽채류, 과수류, 과채류 등 진귀한 토종 식물 40여품목 800여종을 재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섬에도 꽤 큰 땅을 빌려 토종 식물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씨가 재배하는 토종 작물들은 말이 가꾸는 것이지 실은 자연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잡초와의 싸움에서 스스로 이겨 내도록 작물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 그는 “토종 종자의 끈질긴 생명력은 인간의 편익을 위해 개량하고 육종한 종자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개량종자 재배에는 농기계와 비료, 농약 등의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생산비를 높일 뿐이지만, 토종은 자연과 함께 하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만큼의 양식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 씨는 평생 보존·육성해 온 토종 종자 154점을 지난 2011년 경남도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예부터 재배하던 고유의 토종 종자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그는 ‘훠이조아’란 과수부터 단호도, 소귀, 대추야자 등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 외국 작물의 원종을 들여와 국내 환경에 적응시키고 있다. 이미 아열대기후대로 전환중인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에 대비해 가치있는 외국 작물들을 들여와 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위치도

이 씨는 태평농법이 한국 농업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은 쌀값보다 쌀 생산비가 더 들어간다. 사실상 적자를 보고 있지만 농민들은 자기 인건비와 땅에 대한 투자비용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남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과학영농, 기계영농의 입장에선 태평농법을 올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염된 것을 피해서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급자족 형태로 태평농법을 배워 실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이런 형태의 귀농, 귀촌을 원한다면 이 씨의 태평농법을 전수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까운 비토리 현지에 귀농, 귀촌 터를 마련하거나, 아니면 현지의 땅을 임대해 일정 기간 태평농법을 배운 다음 자신의 귀농, 귀촌지에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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