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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보험사기에 멍든다> 아내 허위사망 신고까지…보험사기범 작년 3만여명 적발
①보험사기, 브레이크 없는 급증세
작년 적발금액은 3500억원
보험업계 “실제론 5조원 넘을것”

사고 조작부터 집단사기까지
범죄수법 갈수록 지능화·다양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보험사 뿐 아니라 가입자도 손해


보험사기로 대한민국이 멍들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태백시에서 경찰에 적발된 집단 보험사기 사건은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조직폭력배가 개입되거나 일가족이 똘똘 뭉쳐 벌이는 보험사기는 이미 고전에 속한다. 이젠 도시 전체가 보험사기에 빠져드는 일까지 생긴 것이다. 범죄라는 인식도 부족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헤럴드경제는 보험사기로 멍들어가는 우리의 보험사기 실태를 조명하는 한편, 실질적인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편집자>

보험사기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하지만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이유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5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제로 보험사기 금액이 5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 엄청난 돈을 보험사가 감당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보험회사뿐 아니라 가입자들도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보험사기가 금액 면으로나 관련 범죄자 수로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844억원으로, 적발된 인원만 무려 3만529명에 이른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 증가속도다. 전년 동기 대비 금액으로는 15.5%(248억원), 적발인원으로는 31.5%(7313명)나 늘어났다.

이 중 보험범죄 신고를 받아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공조해 적발한 금액은 353억원이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서 적발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한 금액은 1491억원(2만4990명)이었다.

사기유형도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 그래서 보험사기 예방은 점점 어려워진다. 사고내용을 조작하거나 허위로 사고를 신고해 보험금을 타낸 일반적인 수법이 가장 많아 전체의 34.8%(642억원)였고, 피해사실을 과장하거나 운전자 및 사고차량을 바꿔치기한 경우가 각각 17.7%(327억원), 17.6%(325억원)였다. <표1 참조>


특히 최근 들어 생명보험 및 장기손해보험의 상해 및 질병 담보 상품을 악용해 피보험자가 피해사실을 과장하거나, 병원과 정비업체가 짜고 치료비를 허위 청구하는 형태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낸 조직폭력배 등 71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받은 혐의(사기)로 조직폭력배 최모(27) 씨 등 71명을 검거해 이 중 동종 전과가 있는 명모(33ㆍ튜닝 동호회원) 씨 등 4명을 구속했다.

최 씨 등은 지난 2009년 6월 목포시 죽교동 한 도로에서 박모(26) 씨와 짜고 교통사고를 낸 후 11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내는 등 총 18회에 걸쳐 1억2000여만원을 편취했다.

또한 자동차 튜닝 동호회원 명 씨 등은 고가의 튜닝 부품 교체를 위해, 차량 견인업자와 정비업자는 자신들이 사고 처리를 맡기 위해 보험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폭력배는 사고 차량 탑승자 전원에게 보험금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최대한 많은 인원을 차에 타게 한 뒤 사고를 일으켰다.

게다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멀쩡한 아내를 죽었다고 속이거나, 심지어 방화 및 사고 발생 후 보험에 가입하는 등 사기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점점 조직화되고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강원도 태백시에서 발생한 집단 보험사기 사건은 보험사기가 얼마나 위험수준에 다다랐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태백시 주민 300여명은 거액의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허위로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꾸며 140여억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 지역의 병원 3곳은 가짜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요양급여비와 입원치료비를 챙겼다. 이들 병원장 등은 통원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허위로 입원시키는 등 일명 ‘차트환자’ 330여명을 조작해 건강보험공단에 부당 청구하는 방식으로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요양급여비 17억1000만원을 편취했다.

여기에다 보험설계사 70여명은 보험가입자와 병원을 연결시켜주고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을 알려주면서 보험판매 수수료를 챙겼다. 보험설계사들은 병원과 짜고 통원치료가 가능한 단순 염좌나 타박상 환자를 입원환자로 둔갑시켜 140여억원을 가로챈 것이다.

그야말로 집단으로 보험사기극이 연출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불황 탓에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도박 등으로 빚을 진 주민들이 보험사기에 가담했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보험사기 수법이 더욱 지능화ㆍ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금융당국과 검ㆍ경찰 등 유관기관이 긴밀한 협조로 보험사기 특별단속과 지속적인 홍보ㆍ교육을 병행하고 있으나, 보험범죄가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보험사기는 범죄가 명백한데도 ‘돈 벌었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우리나라를 보험사기 천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규 기자 /kyk7475>
/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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