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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의 상상력사전> 용
용의 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수록돼 용의 몸만큼이나 긴 설명항목은 “기린, 봉황, 거북과 더불어 사령(四靈)이라 불려온 상상적 동물”이라는 말로 시작해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문명의 발상지 어디에서나 이미 오래전부터 상상되어온 동물로서 신화나 전설의 중요한 제재로 등장해 왔을 뿐 아니라 민간 신앙의 대상으로서도 큰 몫을 차지해왔다”로 이어지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드래곤(dragon)’에선 “용은 전설 속의 동물로서 특히 뱀이나 파충류의 특징을 갖고 있고 많은 문화권의 신화 속에 등장한다”로 시작해 “그리스와 중동 신화에서 유래하는 ‘유럽의 용’과,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 각국이 포함된 ‘중국의 용’ 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도 서구권의 용과 동양의 용은 형태가 약간 다르게 나타나 있다. 특히 할리우드나 유럽의 영화에선 용이 나는 모습이 자주 그려진다. 날개가 강조된다. 공룡으로 치자면 익룡의 모습과 비슷하고, 박쥐 같은 큰 날개가 달린 도마뱀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에서 소년을 등에 태우고 날아다니는 귀여운 용 ‘투슬리스’다. ‘해리포터’ 시리즈 중 ‘죽음의 성물’ 2편에선 마법 은행 그린고트에서 해리포터 일행이 용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선 용이 사악한 존재로 등장한다. 고대 영어시인 ‘베오울프’에선 용이 불을 뿜기도 한다. ‘슈렉’ 시리즈에서 용은 당나귀 동키만 보면 눈에서 하트를 내뿜는 암컷이다. ‘드래곤하트’에서 용은 인간에게 심장의 반을 나누어주고 충성을 서약하는 의로운 존재다. 반면 ‘레인 오브 파이어’에서 용은 2084년 파괴된 런던에서 부활한 고대의 거대 생명체로 수컷 익룡이며, 1년에 백만 마리씩 낳는 번식력과 인간 이상의 두뇌와 시력, 가공할 파괴력과 화력을 갖고 있는 인류 최대의 적으로 출연한다.

서구권의 영화에선 용은 인간의 입장에서 ‘좋은 편’이 되기도 하고 ‘나쁜 놈’이 되기도 한다. 서구문화권에선 용을 불길하고 사악한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이었으나, 최근에 와선 동양적인 의미가 덧붙여진 사례가 많다. 동양권에선 훨씬 더 신령스럽고 지혜로우며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다.

한국문화대백과사전에서 중국의 문헌을 인용해 소개한 용의 모습은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영화나 아시아영화에서 용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등장시킨 작품은 많지 않다. 상상의 동물이니 만큼 과거 할리우드에 비해 뒤떨어졌던 컴퓨터그래픽 기술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선 인간을 공격해 승천하려는 못된 이무기가 등장하고, ‘다세포소녀’에선 남학생들의 기를 받아 승천하는 학교의 이무기 선생이 있다. 두 편 다 평단 혹은 객석의 저주를 받은 작품이고, 그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한국인들에게 용은 날개보다는 뱀을 닮은 크고 긴 몸의 형태가 더 익숙하며, ‘승천’이라는 강력한 동기를 연상케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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