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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3D영상기술 대약진 ‘점박이:한반도의 공룡’…17종 80여마리 생생한 고증으로 환생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만 있는 게 아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버금가는 큰 덩치와 사나운 성격의 육식 타르보사우루스, 백악기의 ‘하이에나’인 준족의 사냥꾼 벨로시랩터, 갑옷으로 무장한 안킬로사우루스, 삼지창같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상대와 맞서는 테리지노사우루스, 유니콘처럼 이마의 뿔 하나가 신비한 친타오사우루스, 코뿔소를 닮은 토로사우루스, 상어의 조상뻘인 바다의 지배자 틸로사우루스.

그리고 백악기의 ‘배트맨’인 익룡 해남이크누스와 길이 20m에 이르는 큰 덩치와 긴 목을 자랑하는 유순한 초식공룡 부경고사우루스. 화석이 발견된 한국지명이 학명으로 붙은 이 공룡들까지 모두가 8000만년 전 백악기에 한반도에 살았던 것들이다.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는 한국영화 3D영상기술의 약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룡의 딱딱하고 거친 피부와 위압적인 골격, 들숨 날숨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하는 근육, 땅을 박차는 다리와 흙을 움켜쥐는 발톱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마치 눈앞에서 공룡이 살아 뛰노는 듯한 생생하고 섬세한 묘사와 재현이 감탄을 자아낸다. 실사와 컴퓨터 그래픽이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웬만한 전문가나 마니아가 아니라면 ‘아바타’만큼이나 인상적인 깊이와 돌출감, 입체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 작품은 지난 2008년 EBS가 제작, 방영한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원작격으로 해서 재탄생한 애니메이션이다. 다큐멘터리는 방영 당시 EBS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도서, 만화, 퍼즐 등으로 출시돼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8개국에 수출됐으며, 특히 독일 방송사 Super RTL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가에 구입해가 황금시간대에 편성하면서 42%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얻었다. 극장용으로 부활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는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에 3D영상기술이 결합됐고, 캐릭터가 대폭 보강됐으며,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입혀졌다. 


다큐와 애니는 한반도에서도 공룡이 살았다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기초로 해 백악기의 산하를 스크린에 구현했다. 백악기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당시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던 포식자 타르보사우르스종인 ‘점박이’가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영웅담을 따른다. 권력다툼에서 패퇴하고 왕위에서 쫓겨난 존재가 모험을 거듭하다가 운명의 적을 물리치고 귀환하는 ‘오디세이’의 서사구조를 닮았다. 얼굴에 커다란 점을 달고 태어난 어린 공룡 점박이는 엄마의 사랑과 형의 보호, 쌍둥이 누나의 장난 속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중 엄마로부터 한쪽 눈을 잃은 흉포하고 비열한 티라노사우루스종의 ‘애꾸눈’이 다시 나타나 가족들이 몰살을 당하고 점박이 홀로 남는다. 애꾸눈을 피해 방황하던 ‘공룡 소년’ 점박이는 암컷 ‘푸른눈’을 만나 동행한다. 5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20년이 지나 우람한 덩치의 청년이 된 점박이는 푸른눈과 어린 새끼들을 키우며 새롭게 둥지를 틀지만 다시금 만나게 된 애꾸눈과 벼랑끝 결투를 펼친다. 세상은 화산이 폭발하고 가뭄이 계속되는 재앙이 계속돼 끝없이 먹이를 찾아 헤매야 되는 때다.

이 작품은 ‘공룡 대백과사전’으로서도 훌륭한 가치를 보여준다. 20년간 한반도의 공룡을 연구해왔고 해남이크누스, 부경고사우루스 등을 학계에 등록시킨 허민 교수(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의 고증 아래 17종 80여 마리의 공룡을 영상으로 재현해냈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가족애와 소년의 성장담, 영웅의 오디세이의 서사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무엇보다 백악기의 먹이사슬을 보여주는 사냥과 경쟁, 대결, 결투 장면이 압도적이다. 후반부에 점박이와 애꾸눈이 물속에서 싸우는 장면도 탁월하다.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과 일렁이는 파도, 신비로운 수중의 기포까지 사실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공룡 이름으로는 티라노사우루스밖에는 몰라 아이들에게 무안을 당하거나 대화를 잇지 못했던 아빠, 엄마들이 자녀들과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다. EBS PD인 한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6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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