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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3부 전원일기(26) 지역 축제의 불편한 진실들
세계적인 축제로 떠오른 강원도 ‘H산천어축제’에 일본산 잡종 산천어가 유입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각종 지역 축제의 ‘불편한 진실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산 산천어 유입설에 대해 H군과 축제위원회가 이를 부인하고 진상 조사에 나선만큼 조만간 그 진위가 밝혀지겠지만, 각종 지역 축제의 ‘가짜’ ‘짝퉁’ ‘무늬만 지역산’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교통체증을 마다않고 아이들과 함께 어렵게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소비자)들만 모를 뿐이지 사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른 사례들을 한번 살펴보자.

매년 9월 강원도 P군 B면 이효석문화관 일대에서는 ‘메밀꽃축제’가 열린다. 가을 산야에 흰 눈을 뿌려놓은 것처럼 하얗게 수놓은 메밀꽃은 실로 장관이다. 하지만 이곳의 메밀은 그저 관상용이다. 축제 기간 메밀전병, 메밀국수, 메밀떡 등 각종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는 메밀의 상당량은 충북 J군 등지에서 공급된다.

그나마 축제 명을 ‘메밀축제’가 아닌 ‘메밀꽃축제’로 했기에 다행이지만, 당연히 이 지역에서 생산된 메밀로 알고 먹은 관광객(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뒤늦게라도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뭔가 찜찜할 수밖에 없다.

전국 일등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H한우’ 역시 매 한가지다. 매년 열리는 축제 기간 중 사용되는 일부 쇠고기를 비롯해 이 지역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한우육 중 일부는 인접 지역에서 흘러들어온다. 그럼 브랜드 자부심이 대단한 이 지역에선 이를 ‘다른 지역 한우’임을 알리고 판매할까? 물론 아니다. 일부 선물용 역시 다른 지역 한우육이 둔갑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꿀사과’로 유명한 경북 C군에서 매년 개최하는 사과축제를 비롯해 각종 판매용 상품에도 인근 U군의 사과가 상당량 섞여있다는 것은 이들 지역에선 비밀 아닌 비밀이다.

이 같은 ‘둔갑술’이 성행하는 것은 일등 브랜드를 선점한 지역의 경우 단기간 많은 물량이 필요한 축제행사 뿐 아니라 지속적인 판매를 위해서도 품질 좋은 물량을 미리 많이 확보해야 하므로, 인근 지역의 생산물이라도 거리낌 없이 들여와 판매하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은 그 맛과 품질 면에서는 뒤질 것이 없지만 인지도가 낮아 달리 판로가 없기에 일등 브랜드 지역에 물량을 넘긴다.

심지어 매년 봄 곰취 축제를 여는 강원도 I군에서는 축제 기간 ‘가짜 곰취’를 팔다가 들켜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할까. 각 지역 축제들이 당초의 순수성을 상실하고 오로지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축제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 축제에 지원하는 정부 예산도 상당하다. 결국 변질된 상업축제의 피해는 고스란히 관광객(소비자)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오로지 손님만을 끌기 위해 ‘둔갑술’을 마다않는 작위적인 연출과 흥행에 치중하는 대규모 축제 보다는 비록 규모는 작아도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도시민에게 보여주는 ‘진실한’ 지역 축제로의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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