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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없어 EBS로만 공부…당당히 명문대 합격
어려운 환경 이기고 ‘열공 장학생’으로…구미 선산고 황현호 군
부친 장애인 어머니도 질병
차비없어 가까운 고교 진학
무상지급 된 책으로 열공
“신약개발 아픈사람 도울 것”

1999년 10월 11일,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겠지만 황현호(19ㆍ사진·경북 구미 선산고ㆍ연세대 생명공학과 합격) 학생에겐 인생의 전환점이 된 날이었다. 김밥을 만들던 어머니 옆에서 동생과 웃고 떠들던 그는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에 응급실로 뛰어가야 했다. 아버지의 교통사고. 온몸이 피로 덮인 채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모습에 당시 7살이었던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아버지의 모습,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아버지가 노동으로 겨우 모은 돈 수천만원은 친척 중 한 명이 들고 도망갔고, 농사 지을 땅도 얼마 없는 시골에서의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은 어머니는 달팽이관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다녀야 했다.

누가 보더라도 열악한 환경. 그러나 황현호 학생은 여기서 자극과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또래보다 키 작고 덩치 작은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컴퓨터로 게임할 때 그는 컴퓨터로 장학금을 알아봐야 했으며, 친구들이 옷을 사러 다닐 때 그는 문제집을 사들고 공부해야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그것이 황현호 학생에게 붙은 꼬리표였다. 교통비 문제로 진학률 좋은 학교보다는 집 근처 학교를 택해야 했고, 다들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다닐 때도 문제집 살 돈조차 없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 EBS 교재만으로 공부해야 했다.

그는 “돈없는 학생에게 무상 제공되는 EBS 교재는 버팀목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능과 EBS의 문제 연계율이 높아지면서 이런 환경은 오히려 황현호 학생에 전화위복이 됐다.

황현호 학생은 “무상 EBS 교재 지급과 대학수학능력시험 EBS 교재의 연계율 강화는 저 같은 어려운 환경의 학생에게는 큰 희망이 됐다”며 “모든 영역을 수능특강으로 개념과 기초를 다진 후 나머지 교재를 활용해 다양한 문제를 풀며 실전 감각을 익히는 방식으로 공부해 고득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황현호 학생은 “이렇듯 시련의 시간을 거치고 나서 연세대 생명공학과와 인하대 아태물류학과로부터 당당히 합격증을 받으니 지독히 힘들고 서러웠던 일이 일시에 보상을 받은 듯해 눈물이 차올랐다”며 “앞으로 신약 개발을 통해 환자의 쾌유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감과 포부를 말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방송공사는 2012학년도 수능 응시자를 대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EBS 수능강의로 공부하며 꿈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이뤄낸 황현호 학생 등 ‘EBS 열공 장학생’ 14명을 선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글=김재현·사진=이상섭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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