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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몬교도인 롬니 열풍 왜?..종교적 이단을 넘어선 뭔가가
“기독교인 유권자가 롬니 주지사의 이슈들에 대한 입장에 동의하고 그의 유능함을 신뢰한다면 다른 정책적 입장을 갖고 있거나 덜 유능한 기독교인에 투표해야할 적당한 이유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보수 성향의 교단 중 하나인 남침례교(SBC)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장인 리처드 랜드 목사의 말이다.

이 말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몰몬교도임에도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인기가 가장 높은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몰몬교도인 롬니의 연승 행진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다. 롬니가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에 이어 지지도 조사 대로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까지 승기를 꽂는다면 파죽의 3연승이다. 이 경우 그가 공화당의 최종 대선 후보로 낙점받기위한 7부능선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공화당 경선은 사실상 ‘게임 끝’이란 얘기까지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롬니는 공화당의 대선 ‘잠룡’ 들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붙어도 가장 승산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공화당 경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롬니 열풍의 도화선을 따라가봤다. 과연 종교적 이단을 뛰어넘는 무엇이 있는 걸까?


▶롬니의 반란
=골수 보수파가 득세하는 공화당 경선에서 공화당내 비주류인 중도 온건파이자 미 사회내 차별받는 몰몬교도인 롬니의 승승장구는 의미하는 바 가 크다. 일각에선 미 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평가도 있다.

한때 그는 동성애자의 결혼과 낙태에 찬성하기도 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엔 오바마식 건강보험 개혁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보수주의 진영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롬니는 최근 공화당내 강경보수층인 ‘티파티’의 표를 의식해 낙태와 동성애자 문제에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념 성향외에 그가 몰몬교도라는 점을 공화당의 두터운 지지기반인 기독교 복음주의 신자들은 못마땅해하고 있다. 공화당내 복음주의 신자들은 릭 센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을 롬니 대항마로 꼽고 있다. 실제 복음주의자 지도자 150명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목장에 모여 3차 투표에서 샌로럼 전 상원의원을 지지키로 결정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복음주의 교인들이 같은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달라스 제일침례교회 담임인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나 USA 미니스트리즈 회장인 스티븐 앤드류 목사 등은 몰몬교는 이단이기 때문에 복음주의 교인들이 롬니에 투표해서는 안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보수 복음주의권 지도자들 가운데서도 신앙보다는 정치적인 자질을 중시해 후보를 선택해야한다고 조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보수 복음주의권에서는 역사상 ‘가장 자유주의적인 정부’로 그들이 간주하는 오바마 정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지상과제인 만큼 신앙은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또 크리스천포스트(CP)는 올해 대선에서 복음주의 교인들이 비복음주의 교인들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가장 중요한 이슈를 ‘정부 지출과 부채 감소’를 꼽았다는 점 역시 롬니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어쨋든 롬니가 이런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충고를 내놓고 있다. 


▶롬니 바람..왜?=
우선 롬니의 자체 경쟁력이 탁월하기 보다는 ‘롬니 바람’을 잠재울만한 경쟁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가운데 가장 많은 군소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라는 점도 롬니 진영에 득이 되고 있다.

기독교인의 표가 분산됨으로써 롬니 진영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모양새다.

폴리티코는 아이오아와 뉴햄프셔주에서 롬니에 대한 보수주의 유권자들의 지지는 비록 전폭적이지는 않았지만 난립한 경쟁자들을 이기기에는 충분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롬니가 강력한 후보는 아니어도 다른 경선주자가 미 공화당의 최종 경선 후보로 낙점받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업난 등 계속되는 경제 한파에 그가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는 점도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 재벌 집안에서 태어나 유타주에 있는 브리검영대를 거쳐 하버드대 로스쿨과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롬니는 세계적 컨설팅사인 베인앤컴퍼니 CEO를 지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는 조직위원장을 맡아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하며 흑자 올림픽을 이끌었다. 그가 민주당이 득세하는 매사츄세츠에서 공화당으로 주지사가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같은 경력 덕분에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 강력한 경제 리더십에 대한 미국민의 열망이 그에 대한 지지행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 대선에서 실업률이 지금처럼 8%를 넘을 때 재선에 성공한 경우가 전무했다는 점은 경제 변수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부분이다. 이를 잘 아는 롬니 진영도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살리기를 화두로 내걸고 세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고용창출을 위한 법인세 감면과 중간소득 계층의 감세 등을 내걸고 화이트 칼라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게 롬니 측의 핵심 전략이다. 비즈니스 리더들도 롬니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폴리티코는 “롬니 선거 캠프의 메시지는 광범위한 경제 공약과 기분좋은 미국의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의 조합”이라며 “롬니가 어필하는 밑바탕에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도 “경제 이슈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롬니는 진중하고 권위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존 피트니 클레어몬트 맥케나대 교수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몰몬교도라는 점이 득이 되는 부분도 있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정치학 교수는 “롬니는 공화당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인 수많은 몰몬교도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워싱턴포스트와 퓨리서치센터의 몰몬교도 대상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19명 가운데 77%는 자신이 공화당 성향이라고 밝혔고, ‘압도적 다수’는 롬니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이밖에 영화배우 같은 훤칠한 외모, 5명의 아들과 15명의 손자손녀를 둔 가정적인 이미지, 막강한 자금력 등도 롬니 열풍에 한몫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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