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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성기 “정치도, 사랑도 작품에서만 하고 싶다”
수십 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으며 대중들의 ‘국민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한 시대의 메시지와 감동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한 길만을 걸어왔으니, 이제 다른 곳으로 눈 돌릴 법도 한데 여전히 연기만을 고집한다. 바로 배우 안성기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성기는 솜털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지녔지만 자신의 행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날카로운 배우였다.

- “연기 잘한다고? 좋은 작품 덕분”

그는 오는 1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에서 깐깐하고 원칙만을 고집하는 김경호 교수로 분했다. 그동안 그는 주로 부드럽고 강인한 역을 선보였기에 이번 연기는 가히 신선하고 파격적이었다. 그래서일까. 관객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영광을 자신이 아닌 작품에게 돌렸다.

“아무래도 연기 경력에 비해서 좋은 작품을 많이 못 만난 게 아닐까요? 특히나 요즘 젊은 관객들은 제가 조연으로 나온 영화를 주로 보셨잖아요. 제가 출연했던 80년대 좋은 작품들을 접하신 적이 없으셨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연기를 잘 한다’라는 소리를 요즘 자주 하시는 것 같아요. 연기 경력만 해도 몇 십년인데 이게 과연 칭찬일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웃음)”


‘부러진 화살’은 2007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석궁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법정 실화극이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인만큼, 개봉과 동시에 큰 이슈가 예상되는 작품이다. 안성기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안해 본 것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시나리오 자체가 좋았어요. 작품의 가치와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죠. 물론 한 신 한 신 촬영하다 보니 소재가 예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소재가 몰고올 파장은 나중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촬영했고, 그만큼 제 마음에 든 작품이었으니까요”

안성기는 평소 정지영 감독과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 출연 역시 정지영 감독의 권유, 혹은 친분관계가 차지하는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전혀 아니에요. 영화를 통한 주장이 앞섰다면 부담이 됐을 것 같아요. 정 감독이 ‘이런 작품이 있으니 같이 해보지 않겠나’라고 권유한 적도 없고요. 그냥 저에게 시나리오를 던져 준 거나 다름 없었어요. 저는 메시지를 먼저 앞세운 작품은 굉장히 거북하게 생각합니다. ‘석궁 사건’하면 저도 일반 분들이 아는 상식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따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 감독‘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지영 감독

현재 영화계에서 활동 중인 기성 연출자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안성기가 감독을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일은 드물다. 그는 “이번 작품은 ‘감독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지영 감독과 함께해 기쁘다”며 웃어 보였다.

“20년 만에 만났는데도 쭉 함께 일해온 사람 같았어요. 마치 함께 진화한 듯한 느낌을 느꼈죠. 처음으로 현장에서 만났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촬영 또한 스피디하게 전개됐죠”

안성기와 정지영 감독은 ‘남부군’, ‘하얀전쟁’으로 총 두편의 영화로 호흡을 맞췄다. 여느 배우, 감독 사이와 다를 바 없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성기와 정지영 감독은 ‘바늘과 실’ 사이로 여겨진다.

“스크린 쿼터제 운동을 함께 해서 그렇죠.(웃음) 정지영 감독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 같아요. 세월과 나이에 상관없이 감각 있는 영화를 연출하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그는 설 연휴, 극장가에서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그는 배우 인생 55년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제작비만 견주어 보면 ‘페이스 메이커’가 어마어마하죠. ‘부러진 화살’은 저예산 영화나 다름 없구요. 두 영화 중 어떤 작품이 더 잘될 것 같냐고 늘 물어보시는데, 잘 모르겠어요. 일단 ‘부러진 화살’은 생각보다 관객평이 좋아서 안심하고 있습니다”

안성기는 ‘페이스 메이커’와 ‘부러진 화살’에서 각각 상반된 캐릭터를 선보였다. 각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느낀 점 역시 판이했다.

“‘부러진 화살’은 김 교수의 시각이 중점적으로 그려진 영화죠. 모든 것이 김 교수를 중심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되더라구요. 하지만 ‘페이스 메이커’는 달랐어요. 주만호라는 인물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야만 했죠”


- ‘페이스 메이커’ VS ‘부러진 화살’


-“정치도, 사랑도 작품에서만 하고 싶다”

위법 행위라고는 신호 위반을 한 것밖에 없다는 반듯한 ‘국민배우’ 안성기. 2012년, 정치의 해인만큼 그 역시 ‘정치 참여설’로 화두에 오르곤 했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제안이 온 적도 없는데 왜 그런 소문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연기를 하는 게 가장 어울리고, 또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가 싫다는 게 아니라 제가 잘 아는 것, 잘 아는 것을 하는 것이 좋거든요. 정치건 사랑이건 작품 안에서만 하고 싶습니다”

긴 세월, 배우라는 직업으로 ‘연기’와 동고동락하며 울고 웃었던 배우 안성기. 그는 ‘연기’ 외에 다른 길을 모색하지도, 요행을 바라지도 않는 ‘천상 배우’였다. 아직도 배우로서 선보일 모습이 ‘무궁무진’한 그의 가슴 벅찬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 사진 백성현 이슈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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