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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속 시한폭탄…이젠 ‘까칠女’가 대세
‘샐러리맨 초한지’정려원
입만 떼면 비속어에 막말
묵음처리로‘ 음소거녀’별명

‘난폭한 로맨스’이시영
능청스런 표정연기 압권
남자배우와 육탄전 불사

‘부탁해요 캡틴’구혜선
다혈질 소녀가장 부기장役
민폐형 캐릭터’로 자리매김


해가 바뀌면서 안방극장 여주인공의 모습도 반전이다. 자아는 강했지만 청순가련했던 ‘천일의 약속’의 이서연(수애 분)과는 판이하게 다른, 한 성깔하는 ‘성격파(?)’ 여주인공이 방송3사의 미니시리즈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백여치(정려원 분), KBS2 수목드라마 ‘난폭한 로맨스’의 유은재(이서영 분), SBS 수목드라마 ‘부탁해요 캡틴’의 한다진(구혜선 분) 등은 모두 범상치 않은 여걸들. 역할을 맡은 배우가 잘하면 대박, 못하면 딱 욕 먹기 십상인 그런 캐릭터다.

지금까지의 방송분량 가운데 시청자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은 인물은 백여치다. 여치는 불로장생의 신약 개발에 나서는 천하그룹 진시황(이덕화 분) 회장의 외손녀이자 후계자인, 재계의 패리스 힐튼쯤 되는 악녀다. 청초한 외모와 달리 “씨바 뱉는다고 다 말인 줄아? 그지 같은 ×××”라는 등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산다. 상당한 대사가 묵음처리돼 ‘음소거녀’란 별명이 붙었다. 정려원은 회장의 비서실장 모가비(김서형 분)와 같은 원피스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장면, 억지로 입사한 천하그룹에서 반말을 하며 전화를 응대하는 장면 등에서 표정과 말투, 패션스타일 등 여치와 싱크로율 100%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내이름은 김삼순’의 청순했던 첫사랑 이미지에서 완벽하게 변신했다.

후문에 따르면 백여치 역은 원래 다른 배우에게 갔다가 되돌아온 것을 정려원이 잡아 작심하듯 성공시킨 경우다.

‘난폭한 로맨스’는 비록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를 달리고 있지만, 주연배우의 몸을 던지는 열연은 단연 화제다. 이시영은 ‘예쁜 여배우’ 이미지를 버렸다. “야 이 냥반아”라며 툭툭 던지는 말투와 으뭉스럽기까지 한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가 몸에 잘 맞는 옷처럼 자연스럽다. 특히 야구스타 박무열(이동욱 분)과 우격다짐하고 엎어매치기에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이시영은 남자 못지않은 힘을 과시했다. 극의 90%에 달하는 장면에서 이시영 또는 이동욱이 등장한다. 두 주역의 열연과 만화적인 연출, 미스터리 요소 등 로맨틱 코미디로선 손색없지만, 큰 갈등 구조가 없는 스토리는 흠이다. 이번주 박무열의 옛 애인 역으로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출연해 연기 신고식을 치르는 만큼 시청률을 만회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부탁해요 캡틴’의 한다진은 부모를 사고로 잃고 어린 동생을 홀로 키우는, ‘윙스에어’의 부기장.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에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 “한다면 하는” 성격이다.

구혜선은 극 초반 연기력 논란을 불렀다. 만화 원작으로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뚜렷한 ‘샐러리맨 초한지’나 시종 밝고 코믹스러운 줄거리인 ‘난폭한 로맨스’와 달리 구혜선은 부모를 잃은 슬픔과 과거와 화해하고 용서해야 하는 내면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 그러나 구혜선은 억지스러운 웃음과 과장된 연기로 인해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를 연상시킨다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해 일을 그르치는 모습이 ‘민폐형’ 캐릭터라는 소리조차 나왔다.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한 승무원과의 탑승 거부 장면은 그럴 만한 개연성이 충분한데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했다. 제작진은 구태의연한 설정 등 작가의 역량 부족을 더 큰 문제로 판단한 듯하다. 이번주 방송되는 5회부터 새로운 작가가 투입돼 극의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 씨는 드센 성격의 여주인공이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변화했고, 종편채널이 나오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성격이 등장하는 추세이며, 무엇보다 작가가 여성인 경우가 많아 드라마 주 시청층인 여성 시청자가 좋아하는 성격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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