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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족을 모르는 ‘무한도전’ <下>
그들에 대한 팬덤은 아이돌가수를 능가한다…‘무도빠’들은 에피소드의 재미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스토리 갖춘 만화처럼

캐릭터에 감정이입된 시청자

멤버들 고생끝에 얻은 성과에

큰 애착 갖고 지지


모든 실생활의 아이템화…

사이 안좋았던 정형돈-하하

‘친해지길 바래’편서 노출

출연자들간 관계 변화·성장

날 것 그대로 보여줘


예능역사 새로쓰는 ‘인격체’

무한도전은 살아 움직인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이들 남자 7명은 개개인은 별 볼일 없지만 뭉쳐놓으면 큰 힘을 발휘했다. 멤버들끼리 코너를 계속 하면 할수록 시너지가 생겼다. 리얼 예능의 특성에 멤버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덜떨어진 행동을 한다는 점은 대중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연예계에는 멋있고 잘난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바보’와 ‘돌아이’, ‘하찮은 형’들의 ‘찌질한’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얘들도 별 것 아니구나’ 하는 심리적 편안함과 친근감을 얻었다. 멤버들끼리 장난치며 서로를 비난하더라도 누구보다 서로를 잘 챙겨준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시청자들은 항상 지지를 보낸다. 분기별로 ‘대세’를 바꿔가며 밀고 있지 않은가?

일곱 멤버가 만나면 난장판 같지만 나름대로 분업 체계가 잘 잡혀있다. 장난만 치는 것 같아도 ‘진실’이라는 의외의 요소도 드러난다. 뜬금없이 한여름 눈이 내리는 뉴질랜드에 가서 평소 서로에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롤링페이퍼’를 공개했다. 상대방의 장단점을 허물없이 털어놓은 이 자리에서 멤버들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떨어지는 몸매로 전문모델들만이 서는 패션쇼에까지 출연했지만 진정성은 살렸다. 이제 이들 멤버로 회사를 꾸려 ‘무한상사’라는 간판을 달아도 대한민국 어떤 회사보다도 더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웃기는 사무실이 된다. 

▶평균 이하 남자들이 발휘하는 시너지는 성장과 감동=사람들은 3개월간 피나는 연습을 통해 댄스대회에 나가는 진지함에 박수를 보냈고, 출연자들이 대회에서 실수했다는 아쉬움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자 시청자들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레슬링대회에서 각각 가벼운 뇌진탕과 허리 부상을 입고도 선전한 정형돈과 정준하는 지금까지도 ‘대세’가 됐다.

고정 출연자들은 게스트가 아니라 멤버로 불린다. 멤버는 토크 예능에서 매번 바뀌는 게스트와는 다르다. 게스트는 매주 봐도 친해지지 않지만 멤버는 조금씩 친해진다. 멤버는 어느 단계에 이르면 무서울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고정된 식구 개념이다. 날이 갈수록 서로 친해지고 정이 쌓여 시청자들은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생긴다.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가까워진다. 이른바 ‘성장형 예능’이다.

제작진은 멤버들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초반 서먹했던 정형돈과 하하의 ‘친해지길 바래’를 방송하고, 실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정준하와 노홍철을 인도편에서 그대로 활용한 것도 성장과 발전, 변화를 전제로 하는 멤버들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피터’ 박명수가 ‘조나단’ 정준하에게 챙겨주는 듯 하면서도 약을 올리는 건 언제 봐도 재미있다. 리얼 맞선 프로그램 ‘짝-애정촌’을 패러디한 ‘짝꿍특집-우정촌’은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관계, 패러디, 연출력 모두 무르익었음을 입증한 사례다. 2000여 시청자 앞에서 펼칠 하하와 노홍철의 결투장면이 어떠할지도 궁금하다. 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점은 무서운 일이다. 시청자는 캐릭터에 감정이 이입된다. 멤버의 아이돌화가 진행된다. 이 단계에 이르러 어떤 일에 도전하면 감동을 낳기 쉽다.

엘리트들이 모인 집단이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실제로 능력있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 인간관계에서 허점을 보여 조직이 요구하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능력도 별로 없고 유치한 모습을 보여주던 일곱 남자가 평소에는 바나나 한 개 차지하려고 별짓을 다하는 등 자기밖에 모르는 유아적 모습을 보이다가 위축돼 있을 때는 용기를 주고 서로 끌어주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런 게 현대적 의미의 리더십이다. 멤버들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하나’로 보이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은 평범한 사람들도 좋은 팀플레이를 펼치면 얼마든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무한도전의 팬덤 그리고 과잉소비= ‘무한도전’은 출연자들의 대사보다도 더 재미있다는 반응을 낳고 있는, 감각과 재치 넘치는 자막처리 방식을 일반 오락물들이 따라가고 있다. 자막의 궁서체까지도 다른 프로그램들이 즐겨 사용한다.

‘무한도전’이 방송되면 네티즌들은 ‘재밌다’와 ‘식상했다’로 의견이 나뉘어 공방을 벌인다. 심지어 위기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멤버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팬들의 성향이 나뉘는 현상은 마치 아이돌 가수와 흡사하다. ‘무한도전’에서 제작한 달력은 수십억원씩 팔릴 정도다. 몇몇 에피소드는 일본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이 ‘무한도전’의 인기가 높아 생기는 유명세다. ‘박번복’ ‘십잡스’ 등 박명수의 캐릭터는 몇 개까지 쌓일까?

‘무한도전’이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듣고 가세한 시청자들과 달리 마니아 시청자들의 시청행태는 견고하다. 이들은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특별한 형식과 구성 없이 캐릭터로 승부하기 때문에 매번 히트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의리의 시청 행태를 보인다. 스토리를 갖춘 만화처럼 캐릭터에 감정이입된 시청자들도 꽤 많다. 이들은 고생 끝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무한도전’에 애착이 많은 ‘무도빠’이자 ‘무도팬덤’이다. 


▶예능역사를 새로 쓰는 인격체 ‘무한도전’, 앞으로의 방향= ‘무한도전’은 간혹 프로그램속에 사회 이슈를 적절히 배치한다. 자막으로는 비유와 상징의 촌철살인으로 사회적 의미를 함축하기도 하고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PD는 “그렇게 보는 사람도 일부 있고 그냥 모른 채 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그게 주가 아니다”면서 “예능도 웃음과 함께 감동도 주고, 공익적인 역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재미가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

김 PD는 2010년 6월 월간 방송작가에 기고한 글에서 “‘무한도전’ 월드는 상상만 하면 마침내 이루어지는 곳이다. 나와 작가들이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하얀 캔버스에 아웃라인을 그리면, 여섯 때로는 일곱 명의 출연자가 힘 있고 화려한 터치로 채색을 마무리해준다. 단순 스케치가 화려한 유화로 바뀌는 마술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물론 그 즐거움에 굴곡은 있었다. 때로는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치면 더욱 깊이 빠져들어 숨막히게 만들었던 늪 같았고, 때로는 나만의 것이라고 욕심내어 다가가면 너무 성장해서 내 양팔 안에 품을 수 없는 출가한 자식 같았다. 프로그램과 나 사이, 감정의 밀고 당기기가 반복되면서 ‘무한도전’은 하나의 인격체로 여겨졌다”고 전했다.

‘무한도전’은 출발할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며 예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거의 모든 실생활을 소재로 삼을 수 있는 ‘열려 있는 아이템’ 구조를 취하고 있어 어디까지 아이템을 확장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시청자들은 10년, 20년 더 방송돼 ‘유느님’ 유재석의 환갑잔치, 또 유재석 아들 지호와 박명수 딸 민서의 각각 결혼소식도 ‘무한뉴스’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무한도전’.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하고 어떤 것까지 시도할 것인가?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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