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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플레 · 고금리 · 자금경색 … 달리던 ‘슈퍼코끼리’ 주저앉다
[흔들리는 인도 경제] - (1) 4중고에 시달리는 인도
중앙銀 인플레 억제

9개월간 13번 금리인상

기름값 1년새 두배로 급등


루피화 가치도 폭락

수입의존 경제구조에 치명타


고속질주하던 車산업마저

경기둔화에 급브레이크



[뉴델리ㆍ첸나이ㆍ뭄바이(인도)=윤정식 기자] “기름값이 1년 새 배가 올랐어요. 택시 운전을 그만두고 버스 운전을 시작했죠.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은 꿈도 못 꿉니다.”(파라마다이 마헤시ㆍ여행사 버스 운전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1년 사이 20%가 빠졌는데 문제는 앞으로 1년은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란 겁니다.”(투샤 차크라보티ㆍ예스뱅크 매니저)

경기둔화, 인플레이션, 외국인 자금이탈, 금리 상승 따른 자금경색. 최근 인도 경제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빈부의 차가 무색할 만큼 거의 모든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인도인들은 인도 경제의 적신호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지난 12월,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둔 인도 수도 뉴델리 인근의 신도시 구르가온(Gurgaon) 중앙로는 한눈에 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차분했다. 각종 외국계 기업들이 모여 있는 인도 소비문화의 중심지이지만 수개월 전부터 상권은 무너졌다. 텅빈 백화점과 의류 상점은 물론 20~30분씩 줄을 서 기다려야 주문이 가능했던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까지. 도대체 인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9개월 동안 13번 금리인상은 미친 짓(?)=인도는 브라질, 러시아, 중국과 더불어 이른바 브릭스(BRICs)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신흥개발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는 이들 국가 가운데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 증가율을 겪었다. 정치권과 정부가 모두 나서 이를 해결하려 했지만 오히려 독(毒)이 됐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해 3월 이후 금리를 13회씩이나 인상시켜 8.5%까지 올려놨다.

‘인플레이션 해법=금리인상’이라는 고전적 해법만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 등 외부 요인으로 어려워진 문제의 해결책을 내부에서만 찾았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인플레이션은 서민들의 모든 경제생활을 옥죄었다. 외식ㆍ쇼핑은 물론 생업을 잃는 이들도 속출했다. 대표적으로 기름값을 보면, 뉴델리의 한 주유소 가격표를 살펴보니 ℓ당 78.43루피, 우리 돈으로 1760원에 달했다.

김경율 코트라 뉴델리 무역관장은 “자동차를 굴리는 인도 중산층의 평균 연봉이 한화로 1000만원 정도되는데 기름값은 한국과 거의 같아졌다”며 “택시 등 자동차 연관 종사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최대 아이스크림 체인점 ‘아물(Amul)’사의 한 매니저는 “매출이 1년 사이 20%로 줄었다”면서 “서민들의 씀씀이가 급격하게 줄면서 인도 경제의 근간인 서비스업이 무너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유가ㆍ외식비 최소 30% 인상…원인은 환율=모든 물가가 오른 것은 인도 루피화의 평가절하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입 기업들은 손해지만 수출 기업들은 오히려 득을 본다.

하지만 인도는 대다수 수출기업이 IT소프트웨어 업체들인 점이 문제였다. 이들이 주로 거래하던 유럽과 미국의 IT 대기업들이 경제위기 여파에 줄줄이 아웃소싱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수출선이 끊긴 것이다. 다소 늦었지만 인도 정부가 제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결국 루피화의 가치 하락은 수출기업의 이득으로 전혀 연결되지 못했고, 공산품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인도 경제는 치명타를 받았다.

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에서 만난 호주무역청 바빈 카다키아(Bhavin Kadakia) 매니저는 “인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돌입했다”면서 “불과 지난해 9월 초 달러당 44~45루피 정도 하던 환율이 지금은 52루피까지 올랐고. 오는 상반기에 55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 경제의 둔화세가 두드러지면서 각종 산업들 가운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던 자동차 부문도 판매가 지난해 10월에만 전년 대비 24% 하락했다. 



▶믿었던 자동차…너마저도=그나마 가장 희망적이었던 자동차 부문도 암울한 기운은 여전했다. 2010년 30%대 성장률을 보이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인도 자동차 내수시장은 올해 한자릿수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의 산업도시 첸나이에서 만난 박한우 현대차 인도법인장(부사장)은 “1년 전에는 4% 내였던 금리가 배로 올랐고 자동차 할부금융은 14%나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현대차는 인도 내수 자동차 산업수요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24% 이상을 넘나드는 와중에도 지난해 전년 대비 5%의 성장세를 보여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병석 코트라 첸나이 무역관장은 “180만대 시장인 인도 자동차 시장의 4배인 릭샤(삼륜차) 고객들이 모두 자동차 시장 고객으로 넘어와 곧 중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 세계 자동차 전문가들의 전망은 어쨌든 단기적으로는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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