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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2월부터 함께 연습하며…밥 먹고 수다 떨고 술 마시고…제가 본 탁구선수 현정화는…경기장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웠죠”
영화 ‘코리아’ 현정화役 하지원
“여성적일 줄 알았는데 처음 봤을 때는 아주 정중하고 딱딱해 보였어요. 경직된 자세로 악수를 청했죠. 우리 첫 만남은 군인 대 군인 같았어요.”

9살 차. 서로 다른 분야의 ‘최고’인 현정화 감독과 하지원의 첫 대면 순간은 그랬다. 서로를 “감독님, 지원 씨”로 깍듯하게 불렀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둘은 ‘서로 좋아 죽고 못사는 언니 동생’이 됐다.

하지원은 1991년 역사적인 남북 첫 단일 탁구팀의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을 그린 영화 ‘코리아’에서 현정화 역을 맡았다.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붙어 지냈다. 현정화가 연습볼을 넘겨주면 하지원이 받아쳤다. 밥도 먹고 수다도 많이 떨고 술도 마셨다. ‘내가 본 인간 현정화’를 말해 달라는 주문에 하지원은 이렇게 밝혔다.

“남자 여자를 떠나 인간 현정화는 멋있는 사람이고 큰 사람이에요. 말도 돌리는 법 없이 그냥 툭툭 바로 하죠. 아주 투명한 느낌이에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뭐든지 재미있게 하는 분이에요. 저하고는 정말 ‘코드’가 꼭 맞는 언니죠. 편하고 아주 잘 맞았어요.” 하지원은 거듭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언니”라고 말했다.

하지원은 1991년 대회 당시의 모습을 기록필름과 방송자료화면 등으로 수없이 봤다. 어떤 때는 현정화의 입장에서, 어떤 때는 국민의 마음으로. 그 중에서 현정화의 가장 인상적인 몸짓과 모습이 뭐였을까. 


“북한 이분희 선수보다 언니가 오히려 한 살 어리거든요. 그런데도 감싸안고 눈물 닦아주는 모습을 봤어요. 왜 현정화인가, 왜 현정화라는 한 사람에게 국민이 열광했나 알겠더라고요. 현정화는 탁구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원은 “보통 여자 선수라면 경기장 바깥에서 오히려 여성스럽고 실제 운동을 할 때는 거칠고 남성적일텐데 현정화 언니는 그 반대”라고 말했다. “경기장에서 가장 예쁘고 가장 여성스러우며 가장 아름다운 선수였다”는 표현으로 인상을 전했다.

“라켓을 잡았을 때는 가장 차분하고 단아하며 예쁘게 공을 쳐요. 거칠지 않아요.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서로 땀을 흘리며 훈련했지만 한 번도 성을 낸 적도, 얼굴을 굳힌 적도 없다. 감독으로서 다른 대표, 실업선수를 지도할 때도 항상 “요건 요렇게, 이건 이렇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라며 상대를 걱정하고 배려하며 조목조목 가르친다.

하지원은 “훈련이나 촬영할 때 힘들었지만 현정화 감독님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며 “서로 눈만 마주치면 ‘반짝’했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현정화 역을 맡았지만 영화의 목적이 한 인물을 있는 그대로 다큐멘터리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통일의 염원을 담은 국민적인 감동의 역사 속 한 페이지를 당대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국민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하지원의 진정한 임무였고, 그래서 영화 ‘코리아’의 출연을 결심했다. 그렇지만 자꾸 닮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보다.
“제가 볼을 치고 ‘파이팅’할 때는 ‘정화랑 똑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기분 좋죠.”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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