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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금수강산 닮은 우리옷…제대로 입고 제대로 누려야”
한복디자이너 이나경씨의 ‘우리옷 예찬’
사람들은 ‘우리 것’이 좋다고 한다. 20년 전 한 의약품 광고를 통해 고(故) 박동진 명창이 남긴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란 명언을 입버릇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말로만 좋다고 하지 정말 ‘우리 것’을 실생활에서 접촉하기는 힘들다.

어린시절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지만, 30년 넘게 천연 염색과 전통 한복 짓기로 국내 최고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나경<사진> 아라가야 대표의 우리 옷 예찬론을 들어봤다.

“설이나 추석마다 한복기사가 나오고, 문의가 오곤 하지만 실제 길거리에서 한복 입은 사람들 만나기 너무 힘들죠. 몇 년 전만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어쩌다 한복을 입은 사람을 보아도 그 볼썽사나운 옷 매무새에 이 대표는 화가 나곤 한다.

“남자는 바지 뒤꽁무니 벌어진 채로, 여자는 벌어진 치마를 그저 걸쳐 입은 모양새가 많죠. 그런 걸 볼 때마다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해요.”

‘불편하다’는 이유로 점차 명절에 한복 입는 풍습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가, 요즘 결혼식에선 폐백도 많이 생략돼, 더더욱 그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사진제공=아라가야]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태어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자연을 꼭 닮은 우리 옷을 결혼식에서 조차 입지 않는다니, 평생 한 번도 못 입어 보고 죽는 사람도 있겠죠?”

이 대표는 ‘우주적인 옷’ 한복을 안 입는 현대인들이 불쌍하다고 한다. 한복을 입는 것은 ‘한복을 누리는 것’ 이라는 게 그의 생각. 그러면서 ‘이 좋은’ 한복을 더 잘 누리기 위해 “잘 갖추어 입으라”고 조언한다.

첫째는 속옷이다. 옛날처럼 속곳ㆍ속속곳까지 갖추진 못해도, 속바지 속치마는 반드시 입어야 한다. 또,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치마가 점점 ‘에이라인(A line)’으로 퍼져 내려가는 경향에 대해서도 꺼려했다.

“치마는 항아리선이 나와야 신윤복 그림에 나오는 ‘자연의 선’이 살아나죠. 또 저고리는 가슴이 눌려져야 저고리의 깃 모양 섶선이 나와요. 가슴이 큰 사람들은 가슴싸개로 눌러줘야 예쁘게 입을 수 있습니다.”

또 너무 짧지 않게 입어야 우아하고 품위있는 저고리 모양이 갖춰진다고 강조했다. 아주 젊고 마른 체형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짧은 저고리는 금물.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색깔엔 제한을 두지 말라고 말했다.

“우리 전통색인 오방색으로 보색대비 후, 고름 깃 끝동에 특별한 색으로 포인트를 만들면 더욱 좋지만…우린 21세기를 살고 있고, 취향을 한껏 반영해 좋아하는 색으로 입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한복을 잘 갖춰 입고 제대로 누리자고 하면서도 이 대표는 당의 두루마기를 갖춰 입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타임캡슐 속에만 남는 옷이 될까 봐 걱정돼요. 당의 두루마기까진 바라지도 않아…이번 설에 치마 저고리만이라도 제대로 입어보라니까.”(웃음)

<박동미 기자@Michan0821>
/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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