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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기자의 대중문화비평> 황제펭귄의 자식사랑…그것은 숭고함이었다
북극·아마존 찍은 눈물 시리즈 ‘남극’을 가다

영하 50도 극한의 추위

아빠는 4개월간 알 품고

어미는 먹이찾아 동분서주

300일 혹한에 스태프는 동상

제작진 사투는 또 다른 감동



눈물 시리즈는 이번에도 감동이다. MBC 자연다큐 ‘눈물 시리즈’는 북극에서 시작해 남미 아마존을 거쳐 아프리카를 넘어서 남극까지 갔다.

극 지대나 대륙의 오지를 찾아간다고 해서 감동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미세하게 파고드는 뚝심과 치열함이 없다면 대자연의 좋은 그림만 담아올 수 있을 뿐이다.

북극곰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서 바다표범 사냥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아마존의 조에족이 순수하고 인간적으로 살아나가는 모습을 밀착해 보여줌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모두 제작진의 치열함 덕분이다.

이번에도 ‘남극의 눈물’편은 무려 300일 동안 세상과 고립돼 남극의 얼음 위에서 치열한 관찰로 동물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았기에 생생한 감동을 전할 수 있었다. 송인혁 촬영감독은 뺨 부분이 동상으로 썩어들어가는 위험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남극의 눈물’은 황제펭귄의 생태를 미세하게 파고들어가 디테일을 파악했다. 그럼으로써 스토리를 발견해냈다는 점은 다른 다큐팀이 시도하기 힘든 노하우다.

‘남극의 눈물’은 프롤로그도 좋았지만 지난 6일 방송된 1부 ‘얼음대륙의 황제’에서 황제펭귄이 알을 낳아 품고 새끼를 기르는 과정은 감동 이상이었다. 자연 다큐에서 휴먼 다큐적인 감동을 받았다. 눈물이 날 만했다. 밖에서 일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며 자식을 소홀히 대하는 이 땅의 아버지들은 아빠 황제펭귄의 진한 부성애를 보면서 좀 배워야겠다.

1부에서는 아빠 펭귄은 엄마 펭귄이 바다로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혹한과 강풍 속에서 자신의 발등 위에 털이 없는 새끼를 얹어 체온을 전하며 키워낸다. 아빠는 꼿꼿하게 선 채로 무려 넉 달 동안을 버틴다. 이 기간 동안 수분섭취용으로 눈만 먹는다. 자식 사랑은 주로 모성애를 통해 봤는데, 아빠 황제펭귄의 부성애를 보고 새삼 느끼는 바가 많았다.

아빠 펭귄에게 새끼를 맡긴 엄마 펭귄은 멀리 바다로 나가 먹이를 몸에 한껏 저장하고 가족 곁으로 돌아온다. 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오로지 새끼에게 먹이를 공급해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이런 밀착 취재로 안방에서 쉽게 볼 수 있게 해준 제작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진만 PD는 “먹이를 구하러 나간 엄마 대신 새끼를 품은 아빠 펭귄이 배를 들어 올렸을 때 깨진 알껍데기 사이로 새끼가 삐약거리는 모습이 언뜻 보였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MBC 자연다큐‘ 남극의 눈물’ 편은 무려 300일 동안 세상과 고립돼 남극의 얼음 위에서 치열한 관찰로 동물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았기에 생생한 감동을 전할 수 있었다.

황제펭귄은 촬영팀을 어려워하지 않고 한 마리씩 카메라 주위에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새끼 펭귄이 큰 갈매기류의 공격을 피하다 카메라 감독이 있는 곳으로 도망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듯해 애처로왔다.

자식 사랑 외에도 황제펭귄이 준 또 하나의 감동은 추위를 이겨내는 ‘허들링(Huddling)’이었다. 허들링은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의 눈폭풍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황제펭귄들이 몸을 밀착하는 집단행동이다.

바람이 잘 차단된 가운데에 들어가 있는 펭귄들의 몸이 녹여지면 외곽으로 나와야 한다. 외곽에서는 눈과 바람을 그대로 맞아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으로 들어가면 몸이 따뜻해진다. 허들링은 이 동작들을 계속 반복해 대형을 유지하며 이뤄지는 행위다. 인간들이 극지대 탐험할 때도 허들링을 하며 추위를 견뎌낸다. 김진만 PD, 김재영 PD 등 ‘남극의 눈물’ 제작진도 남극에서 이를 배워 다큐 제작에 나섰다. 극한상황에서도 새끼를 지켜내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황제펭귄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넘어 숭고한 느낌마저 들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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