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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민, 엄정화, 조승우, 하지원…배우 뒤에 숨은 영화의 명조련사들
“제가 원래 조깅이나 러닝을 좋아했지만 오인환 감독님을 만나고서야 이제까지 잘못 뛰어왔구나 깨달았습니다. 감독님이 가르쳐준 주법을 익히면서 신세계가 열렸습니다. 그전에는 힘들게 뛰었는데, 이제는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자동으로 나아갑니다. 엉치에서 골반을 밀어주는 것이 열쇠예요. 상체는 살짝 앞으로 구부려야 하죠. 머리는 위 아래로 흔들리면 절대 안 됩니다. 한 달여 만에 새로운 주법을 터득한 날은 너무 기뻐서 그날 하루 훈련을 끝내고는 집에 와서 다시 뛰었습니다.”

영화 ‘페이스메이커’의 주연배우 김명민의 말이다. 마라톤에서 같은 팀의 메달 유망 선수를 위해 뛰는 ‘작전용 선수’를 뜻하는 페이스메이커가 올림픽에서 생애 처음으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완주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를 위해 김명민은 촬영 전 2개월 동안 일주일에 사나흘간 하루 몇 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그를 지도한 이가 바로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남자장거리팀 감독이다. 오 감독은 시드니올림픽 남자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한 한국 육상의 대표적인 지도자. 특히 이봉주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00년 도쿄마라톤대회 한국 최고기록 수립과 이듬해 보스턴마라톤 우승을 이끌어냈다. 이봉주는 영화 속에도 깜짝 등장한다. 



스포츠스타나 연예인 등 전문직업군의 인물을 내세운 한국영화가 잇따르면서 작품 뒤에 숨은 조련사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배우들을 완벽한 극중 인물로 변신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불세출의 투수인 고(故) 최동원과 선동열의 운명적 대결을 그린 ‘퍼펙트 게임’에선 국가대표출신 박민석 야구 코치가 조승우와 양동근의 훈련을 맡아 두 전설적 투수의 투구폼 재현에 한몫했다. 박민석 코치는 김주혁이 롯데자이언츠의 투수로 등장하는 영화 ‘투혼’에서도 주연배우의 훈련을 맡았다. 



오는 4~5월 개봉 예정인 ‘코리아’에서도 전 국민적 스포츠스타가 배우들의 훈련뿐 아니라 작품 전반의 자문, 고증 등을 맡았다. 바로 국가대표 출신이자 현 마사회 탁구단 감독인 현정화다. ‘코리아’는 1991년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역사적인 남북단일팀의 우승(단체전)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당시 남과 북을 대표하며 복식조로 호흡을 맞췄던 현정화와 리분희의 우정은 분단의 한과 통일의 꿈을 상징하며 전 국민의 눈시울을 젖게 했다. 하지원이 현정화 역을, 배두나가 리분희 역을 맡았다. 현정화는 직접 라켓을 잡고 하지원과 배두나에게 연습볼을 쳐주며 훈련을 지도했다. 영화 소재가 된 실화의 당사자이자 배우들의 훈련코치, 역사적 사건의 고증에 더해 특별출연까지, ‘코리아’는 현정화에겐 분신이나 다름없는 작품인 셈이다.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발군의 코미디, 배우들의 호연으로 개봉 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댄싱퀸’에선 안무가 박재인이 숨은 조련사 역할을 했다. 이 영화는 일약 전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라 생전 처음 정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서울시장 후보가 된 남자와 신분을 숨기고 댄싱가수에 도전한 그의 아내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영화다. 엄정화가 엄마와 아내로만 살아오다 젊은 시절 잃어버렸던 댄스가수의 꿈을 위해 중년의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40대 여성 역할을 맡았다. 엄정화의 안무를 맡은 박재인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즈댄스 전문가이자 안무가로, 클론의 ‘펑키 투나잇’,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 아이유의 ‘잔혹동화’ 등의 춤으로 유명하다. 박재인은 엄정화와 함께 80년대 유행의 클럽춤과 디스코로 시작해 올드 재즈와 펑키 힙합, 파트너 댄스까지 9개월간 매일 3~4시간씩 특훈을 했다.

<이형석 기자> /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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