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보관 중인 2000억원대 미술품들이 국외 경매시장에서 매각된다. 국내외 유명 화가들이 그린 이들 미술품은 예보가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하면서 압수한 작품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해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계열의 삼화ㆍ도민저축은행에서 확보한 미술품 91점을 처분하기 위해 최근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미술품은 퇴출 당한 저축은행 경영진이 부실 대출의 담보로 확보했거나 개인적으로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는 저축은행 고객에게 지급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 미술품을 팔기로 결정했다.

예보 관계자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을 대신해 고객 예금을 지급하다보니 자금난이 생겼다"면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압수한 미술품을 경매에 부치려 한다"고 말했다.

예보는 이들 미술품의 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기 위해 국외 경매업체에 거래를 의뢰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많아 전체 가격이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 대상인 91개 미술품에는 중국 유명 화가의 작품만 15점에 달한다. 경매시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천리엔칭의 ‘잠긴 도시’, ‘전쟁을 피한 날’, ‘분노의 청년’, ‘여행의 끝’, ’선로의 여행길‘ 등이 대표적이다.

또 중국 아방가르드 대표 화가인 장샤오강의 ‘블러드라인 시리즈’, ‘빅패밀리’도 매각 목록에 올랐다. 그의 초기작 ‘빅 패밀리 No.1’과 ‘영원한 사랑’은 국외 경매에서 100~110억원에 팔린 바 있다.

중국 현대미술 2세대 작가인 펑쩡지에의 ‘중국의 포상’, 중국 1세대 작가 양샤오빈의 ‘폭력의 본질’, 중국 현대 미술의 거장인 인자오양의 ‘블루포이트리’, ‘천안문 시리즈’ 등도 포함됐다.

이 밖에 미국의 신표현주의 화가인 줄리안 슈나벨의 작품은 ‘마더’ 등 4점과 국내 대표 화가인 박수근의 ‘줄넘기하는 아이들’, 재미 원로 작가인 임충섭의 ‘랜드스케이프’, 박성태의 ‘인체 절망’ 등도 매각 대상이다.

한편 예보는 지분 32.3%를 보유 중인 채권추심전문업체 나라신용정보를 매각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최진성 기자/@gowithchoi> 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