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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줍은 여명…섬들 일순간 푸른옷을 입다
하동 금오산서 바라본 일출 활시위 당기듯 팽팽한 긴장감…전통 빚는 백련리 사기마을·지리산 쌍계사·불일폭포와 만나다
옛날 백두대간의 발 한쪽이 자꾸만 자라났다. 그리곤 남해를 코앞에 두고 멈춰서서 지리산 동남쪽 끝자락 금오산이 됐다. 겨울 파도에 발이 닿는 게 무척이나 시렸는지, 다도해의 자태에 벗은 발 모양이 부끄러웠는지, 억겁의 세월이 지난 지금 모든 게 바람과 파도에 씻겨 까맣게 잊혀졌다. 금오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일출은 방아섬, 굴섬, 솔섬 등 올망졸망 모여있는 섬들이 정겹고 신비롭다. 멀리 사천대교와 창선대교는 햇살에 금빛 분칠을 했다.

하동포구 팔십리는 예나 지금이나 늙은 어부의 소맷깃처럼 바다향기 진한 짠 내음을 품었다. 하동에는 신라 학자 최치원이 차 맛에 취했던 천년고찰 쌍계사가 있다. 그 뒷산의 불일폭포는 대승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2대 폭포로 꼽히는 절경이다.

▶새벽 여명이 아름다운 황금두꺼비산 금오산=우리나라에는 금오산이 다섯 군데나 있다. 구미의 금오산(976m)과 밀양 삼랑진의 금오산(730m), 하동 진교의 금오산(849m), 전남 여수의 금오산(323m), 그리고 경주 남산의 금오산(468m)이다.

그중에서 최고의 절경은 하동 진교의 금오산 자락이다. 금오산 정상에 오르면 약 30㎞에 달하는 둘레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출과 일몰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새벽 여명이 어슴푸레 밝을 때가 천하미색이다. 남쪽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검정색에서 푸른색으로 수줍게 옷을 갈아입는다.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일출은 해가 뜨기까지 결코 온전히 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드디어 날이 밝으면 방아섬, 굴섬, 솔섬 등 수많은 섬이 잠에서 깨어난다. 멀리 사천대교와 창선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눈을 돌리면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노고단도 슬며시 자태를 드러낸다. 해가 뜬 뒤에는 곁의 봉수대(경상남도 기념물 제122호)와 마애불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다. 

경남 하동 금오산 자락에서 바라본 일출은 방아섬, 굴섬, 솔섬 등 수많은 섬들이 푸른색의 자태를 드러내며 장관을 연출한다.

▶백련리 사기마을ㆍ하동 송림=일출을 보고 난 뒤에는 백련리 도요지 사기마을, 하동포구공원, 하동 송림, 평사리, 화개장터 순으로 동선을 잡는 것도 좋다. 19번 국도를 따라가는 이 길은 섬진강 물줄기를 남해 쪽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자, 바로 하동포구 팔십리길이다. 백련리 도요지 사기마을은 금오산에서 15분 거리다. 대접, 접시, 사발, 항아리 등 주로 생활용 그릇들을 굽던 이곳은 일본 국보의 하나인 ‘정호다완(井戶茶碗)’의 전래지로 알려진 우리 전통 찻사발의 본고장이다.

연꽃이 많아 백련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네어귀 가마터에 서면 영화 ‘취화선’에서 화가 장승업이 활활 타오르는 가마 속으로 들어가던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세트장은 지금은 흔적만 남았다.

‘하동포구 팔십리’는 과거 상선이 드나들고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활발했던 화려한 자취는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재첩잡이 배가 섬진강을 빼곡하게 채우는 하동만의 진풍경을 보노라면 옛 향수에 젖게 된다.

하동 송림은 조선 영조 21년(1745)에 해풍과 섬진강 모래바람을 막아 하동을 보호하려고 조성한 소나무 숲이 그 시초다.

소나무 숲은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드넓은 모래사장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병풍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송림을 지나 악양면에 들어서면 대하소설 ‘토지’ 속 최참판댁과 평사리문학관이 후한 인심으로 나그네를 맞는다.

▶쌍계사ㆍ불일폭포=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서기 722년), 선종 육조 중 하나인 혜능스님의 정상(頂相·머리)을 모시고 당나라에서 돌아온 대비, 삼법 두 화상이 꿈에서 ‘눈 쌓인 계곡 가운데 칡꽃이 피어 있는 곳(雪裏葛花處)에 정상을 봉안하라’는 계시를 받고 찾아다니던 중, 지리산 자락에서 호랑이의 안내를 받아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쌍계사로 오르는 100m의 길은 하늘을 뒤덮은 빼곡한 숲터널로 너도밤나무, 단풍나무, 전나무, 단백나무가 울창하다. 일주문을 지나면 경내에는 신라시대 문장가 최치원이 썼다는 진감선사대공탑비(국보 47호)가 자태를 뽐낸다. 대웅전 경내에는 큰 암석에 새겨진 여래좌상양각화가 있다. 보살처럼 소박한 형상이다.

쌍계사 뒤로 산중을 걷다 보면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60여m에 이르는 2단 폭포와 만난다. 하동 8경으로 꼽히는 불일폭포를 보지 않고서는 하동을 다녀왔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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