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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동석은 지금 ‘퍼펙트 게임’ 앓이 中
“저는 살면서 이런 날이 평생 안 올 것 같습니다”

영화 ‘퍼펙트 게임(감독 박희곤)’에서 박만수(마동석 분)가 덕 아웃에서 김응용 감독에게 한 말이다. 해태의 만년 2군 박만수에게 어쩌면 두 번 다시 없을 기회가 온 것이다. 롯데 최동원과 해태 선동렬과의 선발 맞대결. 1-2로 해태가 뒤진 9회 투 아웃 상황에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아, 이 선수는 기록이 없네요”

모두가 그의 등장을 의아해했다. 해태의 덕 아웃은 체념한 표정이었다. 반면에 롯데의 덕 아웃은 이미 승리를 예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공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을 넘어갔다. 9회에 터진 동점 홈런. 가슴 한켠에서 뜨거운 무엇인가 치밀어 올랐다.

이슈데일리는 지난 1월 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생의 동점 홈런을 이어가고 있는 박만수를 만나, 배우 박만수가 아닌 ‘퍼펙트 게임’을 본 한 명의 팬으로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 마동석이 말하는 퍼펙트 게임

“아시다시피 ‘퍼펙트 게임’은 실존했던 두 선수의 실화를 다뤘어요. 경기의 승패를 떠나 선수들이 어떤 집념을 가지고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또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스스로를 이겨내는 사람들과 그 주변의 이야기죠.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먹먹해지고 희망을 갖게 되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이미 이 경기의 결과는 알고 있다.
박만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우리는 이미 그가 반전을 가져올 것을 짐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요즘엔 ‘형사 아저씨’ 보다 ‘박만수’로 불리울 때가 많다고 한다. 그때마다 ‘영화를 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행복해 하는 그였다.

“삶에 찌들어있는 사람들의 통쾌한 인생역전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 중에 남자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남성분들에게 본인의 이야기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홈런을 친 박만수입니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의 통쾌한 인생역전 이야기가 모두를 공감하게 했다.




# 더위와의 사투, 웃지 못할 에피소드

‘퍼펙트 게임’은 한여름에 촬영을 했다. 내용 특성상 야간 경기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은 매일 더위와 모기와의 사투를 벌였다.

“8월달에 촬영을 했기 때문에 땀이 너무 많이 났었어요. 메이크업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상황이었죠. 더군다나 전 포수였잖아요. 포수는 장비를 많이 차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진짜 고생 많이 했었죠.(웃음) 특히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을 자주하기 때문에 더욱 무릎이 많이 아팠죠”

실제 화면에서는 포수의 모습이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뛰고 또 뛰어야만 했다.

“포수가 백업을 하기 위해 1루로 뛰어가잖아요. 실제 경기와 마찬가지고 몇 번이고 뛰어야만 했죠. 어느 순간부터 촬영을 하러 가면 배우라기보다는 먼저 몸풀기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됐죠”

‘퍼펙트 게임’은 광주 해태 타이거즈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선동열 감독과 故최동원 감독의 맞대결을 그린 영화다. 두 지역의 뜨거운 응원 열기는 아직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마동석에게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일어났다.

“부산에 무대 인사를 갔었는데, 저를 비롯한 해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들이 위축되는 분위기였어요.
부산 촬영 때에는 실제로 해태 팀 역할의 배우들에게 얌전하게 촬영하라고 전했었죠. 부산 분들이 롯데 선수들로 나오는 배우들을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광주에서는 저희를 더 좋아해 주시겠죠? 박만수를 꼭 데려와 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해태-롯데를 가리지 않고 모든 팬들이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지역 감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팬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 참석했는데 진짜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박수를 받았어요. 진심을 다하면 누구에게나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뒤쪽에서 영화를 다시 한 번 봤는데 그 감동이 다시 밀려왔어요. 어떻하죠? 완전 푹 빠진 것 같아요”



# 마동석의 바람

“무엇보다도 ‘퍼펙트 게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시사회 때 주위 친한 지인들과 감독님들을 다 초대했었어요. 제가 출연해서가 아니라 이런 감동이 있다는 것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보신 분들은 ‘관객 천만 짜리다’고 했어요. 욕심 같아서는 진짜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시사회에 참석한 지식경제부 장관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열정을 찾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또 최동원 감독의 어머니는 스크린 안에서 열연하는 조승우를 보며 “어릴 적 아들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효진, 하정우 등 많은 배우들도 ‘퍼펙트 게임’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의 저를 마동석이 아닌 박만수로 기억해 주시는 게 더 좋아요. 인상 깊게 보셨다거나 감동적이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 좋아요. 영화를 보신 거잖아요(웃음).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대중들이 보지 않으면 소용없잖아요. 흥행도 하면 더 좋죠(웃음)”

최근 ‘퍼펙트 게임’은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개봉 13일 만에 9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든 것이 퍼펙트 하기 때문에 제목도 ‘퍼펙트 게임’이라고 정한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영화에 힘이 될까 해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어요. 힘을 얻게 되는 메시지를 주는 ‘퍼펙트 게임’ 파이팅, 박만수 파이팅입니다”

인터뷰 내내 ‘퍼펙트 게임’을 향한 애정공세를 펼친 그의 바람대로, ‘퍼펙트 게임’이 ‘퐁당퐁당’ 상영과 국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방해를 딛고 ‘퍼펙트’ 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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