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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록의 새 길 찾는 ‘국민밴드’ YB
월드컵으로 일어서‘나가수’로 우뚝선 그들…인권같은 거대담론서 간드러지는 사랑까지 스펙트럼의 끝은 어디
다양한 실험·퍼포먼스…

대중들에 확실히 각인

YB 방향성 잡은 2011년

유명해진 것보다 더 큰 성과



“정치·인권 노래에 담으려

의도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선동보다는 손잡아주고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어”



내년 해외무대 진출 계획

음악성 뛰어난 후배들 위해

밴드한류 밑그림 그릴 터



5인조 밴드 YB(윤도현밴드)는 지난해 ‘나는 가수다’로 또 한번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YB는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오 필승 코리아’로 국민적인 밴드가 되었지만 밴드를 계속 대중성 있는 음악으로 유지해 나가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가수’로 밴드음악의 진정한 매력을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다.

윤도현은 ‘나가수’ 첫 무대에서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에 비해 자신이 크게 불리할 거라 생각했다. 순위에는 마음을 비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밴드의 폭발적인 힘, 즉 현장성에 청중평가단이 더 크게 움직였다.

“이제 밴드음악이 성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밴드음악의 매력은 각자 다르지만 합쳐진다는 것이다. 다양한 실험성에 현장성이 강하고 비주얼도 독특해 흥미로운 문화로 다가가는 것 같다.”(윤도현)

“YB는 팀 색깔을 염두에 두고 팀 사운드를 만들어 나간다. 밴드음악은 일종의 부부생활처럼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김진원ㆍ드럼)

“한국음악에는 록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무당, 농악, 굿 등은 밴드음악의 섞임과 통한다. 10월 유신 이후 밴드 뮤지션이 대중이 원하는 바를 가사로 표현해왔다. 이런 원초적 에너지가 밴드음악에 있다.”(박태희ㆍ베이스)

밴드음악의 매력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멤버는 저마다 각자의 의견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앙상블과 하모니는 밴드음악을 다른 음악과 차별화하는 요소다. 윤도현은 스팅 등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밴드 노래가 자라고 성장하는 걸 많이 봤다고 했다. YB는 ‘나가수’를 통해 어떻게 달라졌을까.



▶YB, 나가수로 방향성을 잡았다.

“처음에는 별다른 압박 없이 음악만 하자, 그러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관객이 크게 호응해주셨다. 지난해는 YB 최고의 해였다. 유명해진 것보다 방향성을 잡았다는 게 더 큰 성과다.”(윤도현)

“윤도현밴드에서 YB로 문패를 바꾼 7집(2006년)을 계기로 밴드에 중점을 두고 정체성을 확보해갔다. 음악적으로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YB스럽게 담아내며 실험도 했다. ‘나가수’로 방향감각을 찾았다. 밴드가 무엇이고, 퍼포먼스도 밴드 문화에 어떻게 담기는지에 대해 대중에게 새롭게 인식하게 했다. ‘나가수’도 YB를 통해 선물을 얻은 것 같고.”(박태희)

사실 YB는 한국에서 독특한 밴드다. 인기가 많아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밴드이면서도 오해도 있었다. 진보적인 이념 쪽과 상업적인 곳 양쪽에서 두루 소비되는, 극히 이례적인 록밴드다. 그러면서 팀내 프로듀서 기능이 약하다든가, 록밴드의 히트곡이 ‘사랑Two’ ‘너를 보내고’와 같은 발라드곡이라는 사실은 논란을 부추기곤 했다.

지금은 무거운 이미지도 많이 벗어던졌지만 YB는 누구보다 빨리 역사, 인권 등의 문제와 정치적 논란을 가사에 녹여 부르곤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정부로부터 받은 상을 가장 먼저 반납한 사람도 윤도현이었다.

▶인권, 역사에 관심 가졌던 밴드가…

“정치, 인권을 노래에 담으려고 의도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의해 나왔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건드리면 폭발 일보 직전이다. 주먹을 쥐어라, 일어나라와 같은 말은 쓰고싶지 않다. 선동보다는 손잡아주고 위로, 위무해주고 싶다. 이번에 나온 미니음반 ‘흰수염고래’도 그런 분위기를 담았다.”(윤도현)

윤도현은 1994년 1집으로 데뷔할 때는 솔로였다가 2집부터 밴드가 됐다. 이후부터 팀내 프로듀싱을 해왔고, 10곡 중 한두 곡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자작곡으로 채웠다.

“우리는 발라드곡을 타이틀로 한 적도 없다. 지금까지 내가 발표한 곡만 100곡이 넘는다. 하지만 ‘사랑Two’ ‘너를 보내고’ ‘잊을께’ 같은 발라드가 히트하니까 공격받기 좋아진 거다. YB는 곡을 못 쓰고 남의 노래를 부른다는 말이 나왔다. ‘사랑Two’ ‘너를 보내고’는 첫 소속사 사장(임준철)이 작곡한 거고, ‘잊을께’는 윤일상이 작곡한 노래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거의 안 받지만 남의 노래도 우리가 부르면 우리 것이다.”(윤도현)

윤도현은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와 소속가수인 정태춘 박은옥 등을 보며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사랑, 평화, 자유를 노래하는 선배를 보며 바르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데 대해서도 감사한다고 했다.

▶YB 밴드만의 특징은

YB는 최근 미니앨범 ‘흰수염고래’를 발표했다. 1년 4개월 만에 내놓은 앨범은 기존 YB의 음악 스타일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실험적인 5곡이 담겨 있다. 이 곡은 YB가 나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타이틀곡 ‘흰수염고래’는 흰수염고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윤도현이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투영해 만든 곡이다.

YB 최초의 트로트록곡 ‘사랑은 교통사고’는 이번 음반의 특징을 보여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놀랄 틈도, 피할 틈도 없이 빠져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교통사고에 비유해 풀어낸 재치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지난 10월 디지털 싱글로 선공개된 ‘꿈을 뺏고 있는 범인을 찾아라’도 실려 있다. 윤도현의 7세 딸 이정 양의 낙서를 보고 충격을 받아 만든 이 곡은 괴상하면서도 재기발랄하며, 웃기지만 해학을 담고 있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송이다.

2006년 발표한 7집의 수록곡이었던 ‘나는 나비’와 ‘It Burns’는 ‘나가수’에서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5년이 지났지만 새롭게 편곡해 수록됐다.

“트로트를 지향하는 록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YB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싶었다. 제목은 김어준 씨가 지어주었다. 이런 게 YB스러운 음악이다. 이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음악뿐만 아니라 메시지도 같이 봐야 우리 색깔이 드러난다. 7집을 기점으로 음악을 좀더 축약하려고 한다.”(윤도현)

▶내년에는 밴드한류 맛 보여줄 것

YB는 올해 정규 9집을 발표하고, 내년에는 외국 진출도 할 계획이다. 윤도현은 “9집은 새롭게 많은 걸 시도하기보다는 사랑ㆍ꿈을 담는 음악을 할 것이며, 세련된 음악보다는 레트로, 하이파이보다는 로파이로 나갈 것이다. 무식하게 음악을 해보겠지만 서정성을 잘 녹일 것”이라고 전했다.

K팝 한류가 아이돌 가수에 주로 의존하고 있지만 YB는 록밴드로서 해외진출도 모색해왔다.

윤도현은 “음악사에 획을 긋지 못했지만 꾸준하게 외국문을 두드리다 보면 록밴드 밑그림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이돌이 많아서 흥하는 거다. 그래서 한류 스타가 될 수 있었다. 밴드도 많이 나오면 좋다. 국카스텐은 1~2년 내 우뚝 설 것이다. 자우림도 뛰어나다. YB를 능가할 밴드가 널려 있다. 우리 자리 지키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YB는 행사와 공연, CF 출연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50만원 월세 집에서 살던 이들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이렇게 음악을 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서병기 선임기자> /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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