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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뻐~” 조지훈, 아직 반에 반도 못 푼 이야기(인터뷰)
어느덧 2011년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가 왔다. 매년 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면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올 해 연예계 역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으며, 또한 떠오르는 ‘핫’ 스타들이 많이 배출되기도 했다.

그중 KBS의 간판 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계속해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고 늘 회자됐다. 일요일 온 국민의 휴식을 풍성하게 만드는 방송으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삶이 고된 국민들에게 위안이 될 큰 웃음을 안겼고, 또 이른바 ‘고소사건’으로 대한민국에 ‘고소신드롬’을 불러일으킬 만큼 화제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2011년 ‘개그콘서트’는 그야말로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법 한 한 해를 보냈다. 여기에 동화를 읊어주는 남자, “예뻐~” 조지훈 역시 도약에 한 몫을 했다. 느끼하다 못해 음흉한 눈빛과 솔직하다 못해 거친 말투로 모두들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예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개그맨 조지훈.

# 사마귀 유치원, 이야기는 끝도 없다

“할 이야기는 많아요. 아직 반에 반도 못 풀었어요”(웃음)

조지훈은 인기 절정의 코너 ‘사마귀 유치원’의 미래를 아주 길게 내다봤다. 동화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예뻐~”에도 곧 한계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단번에 깨부순다.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동화의 한계성을 드라마, 영화, 그리고 만화, 심지어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 등으로 푼다면 스토리는 무궁무진해요. 아직 반에 반도 못 풀었기 때문에 할 건 많아요”

그리고 그는 ‘예쁜 동화’가 결코 어른을 위한, 혹은 어린이를 위함 아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개그라고 자신한다.

“‘사마귀 유치원’의 쌍칼은 외모에 대한, 그리고 성적인 부분이 가미된 ‘음담패설’을 담당하고 있죠. 그런데 결국 타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누가 보느냐에 따라 각도가 달라지는 거죠. 당연히 어른들은 음담패설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웃어 주시는 것이고, 또 아이들은 그들의 각도에서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어요. 항상 어른과 어린이의 입장을 모두 감안하면서 구상을 한답니다”

“아주 옛날~”로 돌아간 그의 동화에는 ‘아직은 쓸 만한’ 산타할아버지와 ‘예뻐서’ 일곱난쟁이들을 거느리는 백설공주, ‘뒤태가 고운’ 선녀들이 등장한다. 삐뚤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 타성에 젖은 성인들의 관념을 제대로 비판하고 꼬집는다.

“타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90년대 이후부터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음담패설을 소재거리로 삼았고, ‘우리가 얼마나 때묻었나’를 표현하고 싶었죠. 앞으로도 ‘타성’, ‘색안경’, ‘역설적 표현’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개그를 준비하고 있어요” 



# 개그도 스피드시대, 취재는 끝도 없다

조지훈은 “웃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어 몇 번의 좌절을 거치고 2005년 KBS 공채로 개그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어느덧 많은 후배들을 거니는 데뷔 6년 차의 베테랑이 됐다. “욜라뽕따이”를 외치며 강인한 인상의 ‘옹박’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이후 “왕년에~”로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 사이엔 꽤나 긴 공백이 있다.

“‘옹박’으로 봉숭아학당에 나온 뒤 기흉 진단을 받았어요. 건강을 회복하는데만 8개월이 걸렸죠. 그 시기에 영화 쪽에서 섭외가 들어오고 다른 일들을 하며 공백을 가지다 보니, 개그를 게을리 하게 되더라고요. 막연히 개그를하고 싶어서 한 것이기 때문에 유명세나 돈에 연연해하지 않았어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좁은거예요. 거기에서 한계를 느끼고, 다시 ‘왕년에~’로 돌아왔죠”

아이디어 노트는 필수. 일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열린 시각은 이제 습관이다. 언제, 어디서 ‘뻔뜩’이는 소재가 튀어날지 모르고, ‘빵’ 터지는 대박 아이템이 쏟아질지 모른다. “개그는 연구”라고 말하는 그는 매일 공부한다.

“24시간 아이디어 노트를 가지고 다녀요. 선배라고,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고 해서 아이디어노트가 없지는 않아요. 한가지의 개그를 위해서 99개가 버려지는 거니까요. 그리고 항상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토론하죠. 개그는 혼자할 수 없어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서로 공유하는 작업입니다”

마침 그를 만난 날은 KBS 개그맨 공채 시험이 있던 날. ‘개그콘서트’의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개그맨을 지망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선배 조지훈은 브라운관 속 스포트라이트만보고, 혹은 막연히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개그맨 공채에 도전한 이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까부는거랑 개그는 달라요. 1차는 서류, 2차부터는 짤막한 개인기, 준비한 개그를 할 수 있죠. 그 때 떨어지는 대개의 일반인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개인기를 하거나, 그냥 까불기만 하는거예요. 개그를 가볍게 생각한거죠. 개그는 끊임없이 취재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어떤 직업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충분한 사전 조사를 거친 후에 이뤄지는 것처럼 말이죠”



바야흐로 ‘스마트 시대’가 도래한 현재 개그 역시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한 번의 큰 웃음을 위해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했던 것이 예전이라면 지금은 “되든 안되든” 웃긴 펀치를 20초에 한 번씩은 날려줘야 한다.

“예전에는 한 번 크게 웃기기 위해 1분에서 2분정도의 전제가 있었어요. 반면 요즘은 그 흐름이 굉장히 빨라졌기 때문에 20초 한 번씩은 웃음을 주는 포인트가 있어야 하죠. 그리고 함축적인 내용이 많아 대사 역시 어려운 편이에요. 빨리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이어주는 말, 단어 하나가 어긋나면 전체적인 내용이 달라지니 힘든점도 있죠”

# 축복받은 ‘개콘’, 발전은 끝도 없다

“‘개그콘서트’ 분위기는 예전보다 굉장히 자율적으로 변했고 가족같고 친구같은 느낌이에요. 서수민 감독님의 지휘 아래 서로 지킬건 지키지만, 개그를 하는데 있어서 딱딱하고 불편함은 없어요”

지난 12월 24일 진행된 ‘KBS 연예대상’은 ‘개그콘서트’의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시청자들이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뽑히는가 하면 우수, 최우수할 것 없이 ‘개콘’의 주역들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조지훈은 이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축복”이라 말하고 “모두의 노력 덕분”으로공을 돌린다.

“‘개그콘서트’가 잘되는 것은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에요. 서수민 감독을 비롯해서 모든 개그맨들이 한 마음으로 열정을 쏟아내기 때문이죠. 즐기고 있는 분위기냐고? 전혀요. 오히려 더 전투적인 분위기예요. 꾸준히 욕심을 부리고, 부단히 노력하죠. 그래서 ‘개그콘서트’가 잘 될 수밖에 없나 봅니다(웃음)”

그 역시도 자는 시간을 쪼개서 콩트를 위한 토론과 연습에 투자한다. 좀 더 연구해서 대중들에게 큰 웃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개그맨 조지훈에겐 더 없는 ‘큰 기쁨’이다. 어린 시절 일련의 경험을 통해 “거만함은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삶의 큰 의미를 알게 된 그는 항상 노력하고 겸손하려 한다.

“산에 올라 단 몇 초간 함성을 지르는 순간보다, 올라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얼마 벌어요?’라는 질문으로 개그맨이 되려고 한다면 일찌감치 포기 하는게 좋아요. 개그는 ‘돈’을 위한게 아니고, 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도 아니에요(웃음). 연예인을 목적으로 개그맨을 꿈꾼다면 다른걸 하라고 하고싶어요”

그는 사람 좋은 미소와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개그에 대해서만큼은 확고하고, 또 단호하다. 캐릭터마다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번엔 “예뻐~”하며 들려주는 아찔한 동화로 ‘개그콘서트’를 이끄는 주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힘든 만큼 보답 받고,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있는”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을 위해서라면 무엇도 마다않는 조지훈에게 ‘개그’는 단순한 직업을 떠나 삶의 일부, 따로는 생각할 수 없는 그 자신과도 같았다.

조지훈의 웃음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 그리고 뜨거운 열정이 다가오는 2012년, 더욱 빛날 개그맨 조지훈과 그의 개그를 기대하게 만든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issuedaily.com / 사진 백성현 이슈팀기자 sthayan@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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