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기도 일산 드림센터에서는 2011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의 막이 올랐다. 올 한 해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던 수많은 예능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였다. MBC를 통해 전파를 탄 예능 프로그램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날 시상식에서는 안방을 찾은 이들 프로그램이 골고루 상을 나눠가진 탓에 지루한 마무리를 보여준 연말 시상식이 됐다.
MBC가 연말시상식의 대상을 개인이 아닌 프로그램에 주겠다고 밝힌 이후 ‘나는 가수다’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결과를 내놓으니 당혹스럽고 씁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거기에는 국민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가져간 초라한 트로피 개수와 한결같은 대상후보 유재석의 최우수상 수상이 논란의 근거로 떠올랐다. ‘무한도전’에 대해 높은 충성심을 보이는 시청자들로서는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는 시상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한 해 MBC에게 ‘나는 가수다’는 특별한 공로를 치하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위기의 ‘일밤’을 되살린 구원투수였고, 잊혀진 음악들과 숨어있는 가수들을 발굴했다. 논란은 끝이 없었지만 논란만큼의 화제로 TV예능사에 한 획을 추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 MBC는 특별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시상식의 대상을 프로그램에 주겠다는 새로운 규칙을 적용했던 것. 이에 화제성과 2011년 한 해 기여도를 고려할 때 ‘나는 가수다’와 동등한 경쟁을 벌일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국민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만이 유일하다시피 했으나 결국 ‘무한도전’의 공신들은 많은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돌아간 트로피의 개수는 고작 2개, 그조차 인기상(정재형)과 베스트커플상(박명수-정준하)이었으니 시상식 운영 차원에서의 수상이라기 보다는 시청자가 뽑아준 것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대상에 대한 룰을 변경하고 얼토당토않은 가수 공로상이나 인기상을 만들 것이었다면 올 한 해 ‘미존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이라는 유행어이자 수식어를 만들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정형돈에게 “없는 상이라도 만들어 수상했어야 했다(@krac***)”고 성토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민MC 유재석이 막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니 도리어 ‘빈 손’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반응마저 쏟아지고 있다. 5년이상 몸담아온 장수 예능프로그램을 두 개(‘무한도전’, ‘놀러와’)나 진행하고 있는 ‘뚝심의 MC’ 유재석이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것은 다소 격하된 의미라는 해석이다.
사실 유재석의 경우 지난 2003년 S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후로 8년만에 최우수상을 시상하고 있고, 2005년 연예대상 시상식부터는 대상 아래의 상을 수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시청자들 역시 이 같은 점을 염두한 것으로 “MBC를 살린 유재석인데 대상 아닌 최우수상이 웬 말. 차라리 받지 않는 편이 나을 뻔했다(@hgse***)”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이날 시상식은 결국 전무후무한 포맷으로 방송가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킴 가수들의 치열한 생존전쟁터 ‘나는 가수다’가 ‘올해의 예능프로그램’을 수상하며 막을 내렸고 1부 16.5%, 2부 15.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된 ‘SBS가요대전’이 나타낸 13.2%(1부), 12.7%(2부)보다 소폭 앞섰다.
한편, 유재석은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인기를 끌어올린 일등공신으로서 30일 진행되는 SBS 연예대상 유력한 대상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2011 MBC 방송연예대상 수상자(작) 명단
▶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우리들의일밤-나는가수다
▶ 쇼·버라이어티 남자 최우수상=유재석(무한도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 쇼·버라이어티 여자 최우수상=박미선(세바퀴, 우리결혼했어요 시즌3)
▶ 코미디·시트콤 남자 최우수상=김갑수(몽땅 내 사랑)
▶ 코미디·시트콤 여자 최우수상=윤유선(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쇼·버라이어티 남자 우수상=김태원(스타오디션-위대한탄생2)
▶ 쇼·버라이어티 여자 우수상=박소현(우리결혼했어요 시즌3)
▶ 코미디·시트콤 남자 우수상=윤계상(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코미디·시트콤 여자 우수상=박하선(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코미디·시트콤 남자 신인상=고영욱(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코미디·시트콤 여자 신인상=정명옥(웃고또웃고-나도가수다)
▶ 쇼·버라이어티 남자 신인상=김희철(황금어장-라디오스타)
▶ 쇼·버라이어티 여자 신인상=함은정(우리결혼했어요 시즌3)
▶ 가수부문 인기상=박정현 김범수(우리들의일밤-나는가수다)
▶ 코미디·시트콤부문 인기상=안내상 백진희(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정성호(웃고또웃고-나도가수다), 조권(몽땅 내 사랑)
▶ 쇼·버라이어티부문 인기상=정재형(무한도전), 제시카 고메즈(댄싱 위드 더 스타)
▶ 베스트 커플상=박명수 정준하(무한도전)
▶ 공로상=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세시봉 친구들)
▶ PD상=윤종신(황금어장-라디오스타) 김원희(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 우정상=선우용녀 조형기 이경실 김지선 조혜련 김신영(세바퀴)
▶ 쇼·버라이어티부문 특별상 =윤일상 이선희 박정현 이승환 윤상(스타오디션-위대한탄생2), 슈퍼주니어(가수부문)
▶ MC부문 특별상=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유세윤 규현(황금어장-라디오스타), 소녀시대 티파니 유리(음악중심)
▶ 프로그램부문 특별상=K POP 콘서트, 창사특별기획 ‘코이카의 꿈’
▶ 시사교양부문 특별상=오상진 아나운서(불만제로), 고은주(생방송 오늘아침)
▶ 올해의 작가상=윤희영(아프리카의 눈물), 여현전(우리들의일밤-나는가수다)
▶ 라디오부문 최우수상=양희은 강석우(여성시대), 우수상=정엽(푸른밤) 윤하(별밤), 신인상=이진 아나운서(굿모닝FM), 공로상=배한성(고전열전), 리포터상=곽지연, 작가상=오시정 작가(친한친구), 특별상=성기애 작가(여성시대)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