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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고 이병철 회장의 질문에 차동엽 신부가 답하다
평생 종교를 갖지 않았던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생의 마지막에 오래 품어온 간절한 물음을 담은 편지를 남겼다. 생과 사를 관통하는 궁극의 질문 24가지를 담은 편지의 수신자는 전 절두산 성당 박희봉 신부. 박 신부는 이 물음들에 답할 수 있는 적임자를 물색하다가 정의채 몬시뇰 신부에게 편지를 넘겼다. 그러나 이 회장은 몬시뇰 신부와의 면담이 주선된 상태에서 1987년 갑작스레 세상을 떴다.이 회장의 질문은 ‘신(하느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 ‘신은 우주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등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질문은 잊혀졌다. 밀리언셀러 ‘무지개원리’의 저자로 잘 알려진 차동엽 신부는 2년 전 몬시뇰 신부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누군가 한 번쯤은 이 질문에 꼭 통쾌하게 답변해줄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거였다.

이렇게 나온 차동엽 신부의 ‘잊혀진 질문’(명진출판)은 한 인간이 죽음에 직면한 삶의 끝자리, 절박함에서 나온 물음들이자 우리 누구나의 질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통과 절망의 순간, 푸른 하늘과 잔잔한 수면을 보면서도 되돌아오는 질문들은 생의 숙제처럼 보인다. 저자는 이 회장의 생의 근본적 질문을 토대로 우리 시대 삶의 처절한 질문들을 탐사해 질문덩이를 새로 구성했다. 그리고 저자의 삶의 자리와 경험, 깨달음을 바탕으로 거기에 하나하나 쉽고 알기쉽게 풀어썼다.

‘한번 태어난 인생, 왜 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워야 하나?’라는 물음에 저자는 자신의 얘기로 말문을 연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연탄배달을 시작했다. 가난 때문에 공고에 진학해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20대 간염, 간경화로 육신은 무너져 내렸다고 고백한다. 고통 앞에서 인간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묻지만 고통은 신의 조화가 아니라 철저히 자연현상이자 3차원 공간을 사는 모든 존재들이 부대끼는 생명의 몸살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고통을 통해 성장하고 역설적으로 행복을 알게 되는 것도 생의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절망의 순간, 어떻게 해야 할까. 긍정적 관점이 최고의 모멘텀이 된다는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현실은 바꿀 수 없다. 현실을 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보는 눈에 따라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슴속에 분노가 가득한데 이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까?’ 저자는 ‘무지개 원리’에서 소개한 나름의 지혜를 들려준다. “화나는 일들을 화낼 ‘거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것. “그 무엇도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는 문장이 모든 감정 문제를 처리하는 마스터 키라는 것이다.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란 물음에 대해서 저자는 우리 언어와 개념이 지닌 한계를 지적한다.

저자가 찾아낸 답은 오랜 인류의 지혜의 샘에서 끌어올린 것들이기도 하다. 철학자, 사상가, 시인들이 어느 순간, 꿰뚫은 비의를 저자의 경험과 깨달음으로 함께 엮어내 우리시대 필요한 위로와 성찰로 이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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