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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끝자락 정남진 명품 해돋이
툭 하니 쏟아냈다.

수평선이 황금빛으로 물들더니 뜨겁고 노란 해를 하나 토해냈다.

해가 머리를 내밀기까지 한동안 뜸을 들였다. 어미 뱃속에서 막 나온 짐승의 어린 새끼와 운명이 닮았다. 힘겨운 세상을 잘 견디라고 산통이 필요했나 보다.

한반도 끝자락 전남 장흥의 해돋이는 자연이 빚어낸 멋이 가득 담겼다.

그 이름이 ‘정남진’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득량도, 소록도, 연홍도, 거금도를 볼 수 있다.



바다뿐 아니라 산에서 맞는 해돋이도 일품이다. 신라 고찰 ‘보림사’ 일출은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황금가루 빛깔 잔치가 곱기도 곱다. 지난 주말 땅끝마을 장흥에 다녀왔다. 

▶해돋이 새로운 명소 정남진=정남진 하면 아직 이름이 낯설다.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4곳은 진(鎭)이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정동쪽의 정동진이 가장 유명하다. 

그중에서 정북쪽의 중강진은 평안북도 압록강변에 있어 상징성만 가지고 있다. 인천버스터미널 부근의 정서진은 서쪽을 향한 까닭에 해돋이보다는 묵은 해를 보내는 해넘이 명소다.

그런 면에서 일출 보기에 적당한 해돋이 장소는 전남 장흥 정남진이 정동진에 견줄 만하다.

남해안에 자리 잡고 있지만 해변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멋스러운 일출이 일품이다.



46m의 정남진 해돋이 전망대에선 날씨가 좋으면 득량도, 소록도는 물론 연흥도, 거금도까지 남해 바다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펼쳐진다.



풍광의 백미는 바다에 촘촘히 자리 잡고 있는 고기잡이배들이다. 사진 풍경을 위해 원래 그곳에 자리 잡은 듯 한가롭게 푸른 바다를 수놓았다. 장흥은 전망대뿐 아니라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지 남포마을도 일출 명소다.

간조 때 그림은 손바닥만 한 소등섬으로 들어가는 굽은 길과 섬, 그리고 태양이 마치 자연이 빚은 병풍처럼 나그네 발길을 붙잡는다. 소등섬은 남포마을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로 겨울철이면 민박집 창문만 열어도 붉은 태양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요즘은 우유빛깔 석화구이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이 많이 몰린다.

▶동양의 ‘3대 보림’ 신라 고찰 보림사=정남진의 거칠거칠한 바다 일출이 남성적이라면, 보림사에서 바라보는 산사의 일출은 새색시처럼 수줍고 여성스럽다.

보림사 일출은 사찰 입구 일주문에 황금빛 가루가 뿌려지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찬란한 빛이 한 걸음씩 어둠을 밀어내고 비자림 산 중턱에 걸리면 비로소 절정이다.


눈길을 산사로 다시 돌리면 국보 제44호 3층 석탑과 대웅전이 빛에 노랗게 물들면서 아득하니 자태를 뽐낸다.

860년께 신라 헌안왕 때 세워진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의 보림사, 중국 가지산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 3보림’으로 불리는 천년 고찰이다. 목조 건물의 빛바랜 단청엔 숨겨진 옛 영화가 곳곳에 숨 쉬고 있다. 고즈넉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드라마 세트장ㆍ며느리바위 편백나무 숲 아기자기한 장흥=장흥군 시내를 달리다 보면 억불산 ‘며느리바위’가 기괴한 형상을 드러낸다.

어린애를 업은 며느리 형상을 하고 있는 이 바위는 자린고비 시아버지가 시주승을 박대한 죄로 뒤를 돌아보며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며느리 바위 뒷산은 100만㎡의 ‘편백나무 숲’이다. 피톤치드 삼림욕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명소로 사시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내에는 드라마ㆍ영화 세트장, 여름이면 물축제가 열리는 ‘탐진강’, 전통 5일 ‘장흥장터’까지 곳곳이 아기자기하게 몰려 있다.

장흥장터에는 탤런트 고현정이 대통령으로 나왔던 드라마 ‘대물’의 곰탕집 세트장이 실제로 곰탕을 파는 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흥을 가로지르는 탐진강은 은어 낚시를 하는 명소로, 여름에는 물축제가 열린다. 탐진강은 과거 탐라국 사신이 진상품을 들고 찾아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쇠고기-표고버섯-키조개 남도의 ‘장흥삼합’=삭힌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를 한데 싸먹는 톡 쏘는 맛의 삼합은 호남의 대표적인 별미 음식이다.

하지만 호남의 남쪽 끝자락 전남 장흥에 가면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을 한우에 싸먹는 색다른 삼합이 있다. 바로 ‘장흥삼합’이다. 



전남 장흥군 수문리 5일장(토요시장)터에는 한우나 삼겹살만 파는 고깃집을 찾기가 어렵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모두 ‘장흥삼합’을 판다. 주말이면 입소문에 별미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장터가 발 디딜 틈이 없다. ‘1박2일’ 등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부터다. 쇠고기와 표고, 키조개 완자를 함께 씹는 육질감이 뛰어나다. 겨자를 푼 간장이나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단백한 맛이 더욱 살아난다.


장흥은 기름진 옥토와 청정 해역이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에 예부터 고급 식재료가 생산되는 풍요의 땅이었다.

요즘은 명품 한우의 고장으로도 불린다. 그래서 이곳에는 사람 수(4만3000여명)보다 한우 수(5만2000여마리)가 더 많다.

장흥산 키조개도 뛰어난 맛을 갖춰 과거에는 전량 일본에 수출됐다. 그래서 이 고장 사람들도 좀처럼 구경하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600여 농가가 생산하는 표고버섯도 품질이 뛰어나 전국 표고버섯 생산량의 42%를 차지할 만큼 표고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장흥삼합과 맛을 견줄 만한 또 다른 별미는 ‘매생이’와 ‘낙지’다. 매생이는 전국 제일의 생산량과 품질을 자랑한다. 낙지도 득량만의 꼬리표가 붙으면 호남에서 제일가는 유명 식당에 올라간다.

전남 장흥=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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