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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 24부동안 한번도 쪽대본 없었다
명품드라마 SBS 사극 ‘뿌리깊은 나무’는 작가의 탄탄한 대사, 빼어난 영상을 뽑아내는 장태유 PD의 연출력, 한석규 윤제문 조진웅 안석환 등 배우들의 연기력, 이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던 드라마다.

이렇게 된 데에는 각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24부, 즉 24권의 책을 넘기면서 한번도 쪽대본을 주지 않았던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공이 지대하다.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는 건 웬만하면 다 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주일에 70분짜리 드라마를 두 번 찍기 때문이다. 작가가 미니시리즈를 시작하면서 6~8부 정도 써놓고 출발해도 12~14회에 오면 쪽대본이 많아지는 것도 이런 구조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만큼은 배우와 PD, 스텝, 작가는 격무에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김, 박 작가는 보름전에는 원고를 넘겼다. 마지막회 대본을 일주일여 남기고 넘긴 걸 제외하면 PD와 배우는 적어도 2주 이상 대본을 보면서 연출과 연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대사가 많고 큰 신, 야외신이 많아 쪽대본을 주면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아무리 명연기를 펼치는 배우도 쪽대본에는 방법이 없다. 세종과 밀본 사이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우의정 이신적을 맡은 안석환의 능구렁이 연기는 쪽배본이었다면 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뿌리~’는 24회 한 회 정도가 완성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왕(세종)과 사대부(밀본), 백성(채윤, 소이)의 논리를 개발하는 데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글자를 놓고 벌이는 각자의 입장들과 논리를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는 작가들과 토론도 많이 했는데, 몇가지 유의미한 논리도 얻었지만 ‘세종대왕이 나쁜 사람이다’는 것도 한글로 표현해야 하기때문에 팽팽하게 만들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서병기 기자> /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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