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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에 웬 똥바가지? 혼탁세태 풍자한 ’탁류’展
깔끔하고 반듯한 서울 도심의 현대미술관에 1960~70년대에나 쓰였을 법한 똥 푸는 바가지가 등장했다. 윤동천의 설치작품 ‘정치가를 위한 도구들’이란 작업이다.

이 작품은 예술의 눈으로 우리 사회를 조망해온 윤동천(서울대미대 교수)이 ‘탁류’ (Muddy Stream)라는 개인전에 출품한 설치작업이다. 작가는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내거는 선심성 공약을 ‘속이 텅 빈 애드벌룬’에 비유했는가 하면,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치인및 세도가의 뇌물수뢰 등을 똥 바가지에 대비시켜 표현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OCI미술관(관장 김경자) 초대로 3년 만에 대규모 개인전을 갖는 윤동천은 회화,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오브제를 특유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52점의 작품을 미술관 전관에 내걸었다. 전시는 42점의 평면작업과 10점의 설치작업으로 짜여졌다.

출품작들은 시퍼런 ’날’이 서있는가 하면, 때로는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풍자적 작업까지 매우 다양하다. 전시부제 ’탁류’는 한국 사회의 혼탁한 현실과 이지러진 삶을 집약하는 키워드다. 이전까지 윤동천은 "저 것도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싶은 평범한 사물이며 문자 등을 예술의 도구로 삼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사건과 지표를 재치있게 비틀어왔는데 이번엔 보다 강렬하면서도, ’센’ 작업들을 내놓았다. 즉 예전의 예술적 문맥이 보다 넓고 거시적으로 확장된 것. 특히 정치 쟁점에 대한 풍자 수위가 한결 신랄해져 주목된다.


미술관 입구에 내걸린 추상표현주의적 대형 회화 ’탁류’를 지나면, 벽면에 ’천고’(天鼓)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 온다. 하늘의 북소리란 뜻의 ’천고’는 ‘탁류’ 속에서 떠밀려갈지 모르는 우리의 존재를 다시금 되돌아보라는 뜻이다. 윤동천은 이들 작업을 통해 한국 사회와 일상에 대한 실망과 희망, 그 이중적 변주를 압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즉 회화와 글, 한국적인 것과 서구의 것, 민족주체와 인류의 보편성 등 여러 표상들 사이의 긴장과 간극을 관객 앞에 드러내고 있는 것. 또 평면회화 ’울화’,’부아’는 외국어로는 정확히 번역키 어려운 한국어의 특수한 감정을 다룬 작품으로, 한국적 정서와 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보여준다. 


반면에 ’정치가-공약’ ;정치가-자라는 코’ 등의 설치작업은 해학적인 풍자가 돋보인다.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감돈다. 특히 ’의미있는 오브제-정치가를 위한 도구들’은 파리채, 끈끈이, 쥐덫, 세제, 표백제, 방망이, 수세미 등 일상의 낯익은 오브제들을 조각대 위, 또는 흰 벽면에 봉헌(?)한 작업으로, 도구들을 실제 용도가 아닌 전혀 엉뚱한 의미로 전환시킨 예술적 시도가 흥미롭다. 윤동천이 이번이 펼쳐낸 작업들은 거친가하면 정교하고, 똑부러지는가 하면 모호한 감성이 공존해 다양한 독해를 가능케 하고 있다.

김진아 전남대 교수는 "윤동천의 작업은 우리 삶 속의 흔한 대면과 질문들 속에서 생성되며, 탁류로 대변되는 현재 속에서 천고의 기개를 세우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며 "그 작업은 풍자적이고 냉소적인가 하면 실제로는 현재를 건드리고 변화시킴으로써 한결 나은 세상을 염원하는 이중의 의식을 드러낸다"고 평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5일까지. 02)734-044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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