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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 조승우, 과거의 낭만을 그리는 ‘미래 지향적’ 배우
조승우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미소가 매력적이지만 이와는 상반된 날카로운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매력을 지닌 배우다.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과거의 낭만을 담아낸 조승우가 이번에는 故 최동원 선수로 분해 관객들 앞에 나섰다.

1999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 ‘클래식’, ‘하류인생’, ‘말아톤’, ‘타짜’, ‘불꽃처럼 나비처럼’, 그리고 ‘퍼펙트 게임’(감독 박희곤)까지. 그의 화려한 필모그래피 속 과반수의 작품들에는 ‘과거’라는 공통 분모가 담겨 있다.

“과거는 지금보다 낭만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과거의 낭만을 현재의, 혹은 미래의 관객들에게 생생히 전하고픈, 늘 도전하는 자세를 지닌 ‘미래 지향적’인 배우였다.

그는 과거를 담아낸 작품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로 ‘그리움’과 ‘낭만’, ‘메시지’를 꼽았다.

“어린 시절 망원동에 살았는데, 그 당시 문방구의 먼지 섞인 습한 냄새를 아직도 기억해요. 그런데 이 냄새를 어느 순간 촬영하다가 가끔 맡을 때가 있어요. 그럼 다시 제 마음은 그 당시로 돌아가 있죠”

그는 빛나는 눈으로, 추억하고 싶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칼라 사진보다 흑백 사진을 더 좋아해요. 빈티지 오디오도 소장하고 있고요. 지금이야 다들 문자를 하는 시대지만, 자필편지를 쓰는 것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이렇게 과거를 그리워하지만, 작품이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겠죠?”

그런 그가 이번 작품에서 분한 인물은 최동원 선수다. 프로야구의 역사로 불리는 최동원 선수의 모습을 담아냈지만 그에게 ‘부담감’은 없었다. 그는 최동원 선수의 모습을 똑같이 표현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녹여냈다.

“최동원 감독님이 돌아가셨을 때 말씀하셨지만 실제 야구선수에게 ‘최동원 선수처럼 쳐봐라’해도 똑같이 따라하지 못해요. 저는 제가 맡은 캐릭터를 제것으로 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죠. 최동원 감독님의 말투 역시 녹음본을 듣고 제 스타일로 소화했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맡든, 자신만의 스타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조승우 역시 고난의 시련을 겪은 적이 있었다. 


“뮤지컬 ‘렌트’ 당시까지 무대 공포증이 굉장히 심했어요. 특히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어서 더 심했어요. 배우로서 창피했고, 외로운 순간이었죠. 하지만 신앙을 가지면서 조금씩 극복하기 시작했고, 절 보러온 관객들을 생각하며 두려움을 날려 버릴 수 있었죠. 최동원 감독님도 두려움이 있지만 던져 버리신 것이라 생각해요. 제 상황에 몰입하다 보면 왜 긴장했는지도 잊어버리더라구요. (웃음)”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일명 ‘연습벌레’로 통하기도 한다. “사실 ‘타짜’를 통해 처음으로 화투를 잡아봤다”며 아무렇지 않게 웃음 짓는 그에게 해맑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비춰졌다.

“몸을 혹사하지는 않지만 제가 선택한 작품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하지는 않아요. 제가 골랐는데,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어요?”

조승우는 스크린 뿐 아니라 뮤지컬에서도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다. 스크린과 뮤지컬을 통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으니 이제 제법 긴장을 늦추고 느슨해질 법도 한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칭찬과 격려 보다는 채찍과 냉정에 익숙한 배우였다. 


“최선을 다 하는데 100% 만족이라는 게 없어요. 그래도 뮤지컬 무대 위에서는 백 번 공연하면 열 번 정도 만족할 때는 있는데 영화는 백 번 찍어도 두 세 번도 채 만족하기 힘들더라구요”

이처럼 조승우는 자신에게는 늘 냉정함을 잃지 않는 ‘배우’지만, 동료 배우들에게는 누구보다 소탈하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퍼펙트 게임’ 촬영 장소인 군산에 야식집이 있었어요. 새벽 다섯시가 되면 가게가 닫는데, 가게 사장님께 전화를 드려서 ‘스무 명 정도 간다’고 말하고 술판을 벌였죠. 아침 여덟시 정도까지 술을 먹었어요. 저는 카드로 술값을 계산하고 도망가기도 했습니다.(웃음)”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느긋이 일어난 그는 “여전히 영화가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어렵다고 하면서도 한 번도 연기와의 승부에서 패배한 적 없는 조승우. 그런 그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변신으로 모두를 놀라게 할까. ‘내일의 조승우’가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issu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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