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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많은 방송사 연말상, 받는 사람도 찜찜해
방송사의 시상식 시즌이다. 스타트를 먼저 끊은 KBS 연예대상부터 잡음이 돌고 있다. 방송사들이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요대상 수상자를 선정할 때 객관적인 잣대만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음을 이해한다. 앞으로 자사에 많은 신경을 써주고 공헌해 달라는 의미까지 감안한다.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받은 전현무 아나운서에게 MC 신동엽이 “프리랜서로 나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하거나,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공동 수상한 엄태웅에게도 “앞으로 (KBS에서) 더 잘해 달라는 의미”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연말 시상식이 방송사들의 자축연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 이 점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얘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해도 감정적인 대응은 하지 말아야 한다.

KBS는 올 한 해 예능에서 큰 공을 세웠던 김병만에게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SBS에서 ‘정글의 법칙’ 등을 하고 있고, 가지 말라던 종편에서 ‘상류사회’, ‘개구쟁이’ 등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상을 주는 문제는 좀 더 ‘쿨’해야 한다. 미운 것은 미운 것이고 상은 상이다. 미운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상을 줘야 한다. 하지만 KBS는 감정적 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방송사들이 여전히 스타와의 관계에서 ‘갑(甲)’인줄 알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으로 보인다. 지금은 콘텐츠가 강하면 스타가 갖추고 있는 콘텐츠가 ‘슈퍼갑(甲)’인 시대다. 따라서 KBS가 김병만을 상으로 붙잡아 두려는 발상은 구태의연하다. 이제는 방송사가 스타를 잡아두는 방법은 스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KBS는 김병만을 ‘달인’으로 잘 키웠다. 하지만 그렇게 성장한 김병만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은 KBS가 아닌 SBS(‘키스 앤 크라이’ ‘정글의 법칙’)에서 만들어졌다. 예능에서 성실과 노력이라는 가치를 전하며 스튜디오 속‘달인’ 캐릭터를 스튜디오 밖으로 확대시킨 프로그램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다. 실제 김병만은 ‘달인’을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을 밀림에서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아무리 큰 방송국인 KBS라도 콘텐츠를 독점할 수는 없다. 스타를 잡아둘 수도 없다. 이제 스타를 확보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스타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 밖에 없다. 콘텐츠만 좋다면 떠나간 스타도 돌아올 것이다. 개방성의 시대에 방송국이 사람(스타)을 잡는 방법은 이렇게 유연해야 한다.

김병만은 ‘개그콘서트’내에서만 묶어둘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SBS에서는 김병만의 이런 캐릭터의속성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먼저 내놨을 뿐이다. KBS도 김병만을 활용하는 또 다른 콘텐츠를 개발하면 된다. 그래서 김병만이 자신을 키워준 고향으로 스스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 원리는 김병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모든 스타에게 해당된다. 방송국이 상으로 스타를 지배(?)하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자칫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개그콘서트’에 있는 후배 개그맨들을 계속 붙잡아 두는 것보다 그들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시하는 게 더 효율적인 방식이다. 후배들이 아무리 잘해도 ‘개콘’을 떠나 타 방송국으로 가면 김병만처럼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김병만은 시상식이 끝난후 “대상을 받아, 자격이 되느냐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훨씬 더 홀가분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했지만 어찌 섭섭함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는 그날 새벽 4시까지 술을 먹었다고 한다.

앞으로 남은 연말 시상식은 상을 받은 사람이 떳떳하게 수상 소감을 밝힐 수 있고 못 받은 사람은 수상자를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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