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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새 25회 맞은 서림의 詩가 있는 그림展
해마다 연말이면 ‘시(詩)가 있는 그림전’을 개최해온 서울 청담동의 갤러리서림(대표 김성옥)이 올해도 어김없이 전시를 꾸몄다.

그 자신 화랑주이자 시인이기도 한 김성옥 씨는 지난 1987년, 화가들에게 평소 좋아하는 시를 그림으로 그리게 한 뒤 이를 모아 ‘시가 있는 그림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어느새 25회를 맞게 됐고, 이제 갤러리서림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브랜드가 됐다. 한국에 오래 머물렀던 한 일본 언론인은 자신의 저서에 이 시화전을 ‘서울의 명물’로 소개하기도 했다.

김성옥 대표는 "출품작들은 글자가 들어가지 않는 시화(詩畵)로, 서림이 1987년 처음 시도한 이래 요즘엔 많은 작가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 선조들이 즐겨 그리던 전통 시화는 ‘시서화(詩書畵) 삼절(三絶)’이라 하여 글(문장), 그림, 글씨(서예)가 하나로 조화된 형태였지만, 유화를 많이 사용하는 현대작품에선 글자가 회화성을 방해하기 쉬워 시를 이미지만으로 수용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 시화전에 출품된 작품은 다음해 ‘시가 있는 그림달력’으로 만들어져 한해동안 매일 그림과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스물다섯번째 시화전을 맞아 김 대표는 팔순을 맞은 원로시인 박희진(朴喜璡)의 시와 함께 했다.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박돈 박철 김광문 노태웅 이희중 황주리 김선두 정일 금동원 등­ 13명의 작가가 박희진 시인의 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한 동양화, 서양화, 설치 등 20여점을 내놓는다.

원로화백 박돈은 박희진의 시 ‘해돋이’를 소재로 바다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해와 말을 타고 달리는 소년을 희망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출품했다. 광활한 바다풍경과 비마에 올라 피리를 부는 소년은 박희진 시인의 시에 표현된 대우주 교향악을 들려주는 듯하다.

서양화가 이중희(원광대 교수)의 ‘첫 모란’은 한 화면에 모란꽃을 강렬하면서도 자유분방한 필치로 형상화해 박 시인의 시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또 ’한동일씨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한지작가 박철의 ‘검은 그랜드 피아노 앞에’는 박철 특유의 올록볼록한 질감이 잘 살아난 한지작업. 박희진 시인이 피아니스트 한동일에게 바치는 시를 서양화가 박철이 미술세계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시, 그림, 음악 세 장르가 행복하게 어우러졌다.

또 작가 황주리는 풍부한 상상력과 신선한 아이디어로 우리에게 다양한 감성의 세계를 펼쳐보이며, 정일은 아름다운 꽃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구 화가 노태웅의 ‘눈 내리는 날’은 구상이면서도 과감한 구도와 화면 처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밖에 서양화를 동양철학으로 풀어내며 ’현대적 민화’를 선보여온 이희중은 박희진의 시 ‘지상의 소나무’를 통해 자연의 세계를 그윽하게 다뤘다. 이희중은 "1969년 동성중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시던 박희진 선생의 제자로, 문학, 음악, 미술을 폭넓게 아우른 선생의 영향을 받아 결국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고백했다.

김성옥 대표는 "그간 24회의 전시를 거치면서 모두 446편의 시를 106명의 화가들이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등으로 형상화했다"며 "화가들이 시를 다시 읽고, 시인들은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아름다운 만남의 자리가 되었음을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무료관람. 02) 515-3377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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