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평소 외부 노출을 극히 꺼려 ‘은둔의 독재자’로 불렸다.

중국, 러시아 방문이나 공산권 국가 국영매체들과의 한두 차례 인터뷰 등을 제외하면 그가 외부세계에 자신을 노출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

북한 매체들이 그의 공장, 건설현장 등에 대한 현지지도 보도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전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미화해 김 위원장의 참모습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서 가치는 없다.

김 위원장의 실제 모습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었다.

2000년 6월 이뤄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전 위원장은 남한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계란 반숙을 절반만 드셨다는데 구경오시는데 아침식사를 적게 하셨느냐”며 농담을 던지며 실시간으로 남측 방송을 챙겨보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냈다.

또 “남쪽에서는 광고하면 잘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실리만 추구하면 된다” 라든가 “세계가 주목하는 이번 정상회담의 개최 이유에 대해 대답을 주는 사업에 김 대통령과 장관들이 기여해 달라”는 발언은 매우 직설적인 성격임을 보여줬다.

그는 “두렵고 무서운 길을 오셨다” “공산주의자도 도덕이 있고 우리는 같은 조선민족”이라며 북한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는 남측 사회의 시각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2007년 10월3일 이뤄진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그는 노 전 대통령에게 예정된 일정을 넘겨 체류해줄 것을 이례적으로 요청, 역시 국가지도자로서는매우 직설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