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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회장, "의혹과 오해 성실히 답하겠다"
8년 만에 다시 검찰에 불려나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일 오전 9시 25분, 소환 예정 시각보다 조금 일찍 서울 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섰다. 검은색 코트에 파란 넥타이 차림의 최 회장은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려 잠시 포토라인에 섰다. 일찌감치 청사에 나와 주변 상황을 정리하던 그룹 임직원들의 표정엔 숙연함마저 감돌았다.

곧이어 횡령 의혹과 동생인 최재원 SK수석 부회장과의 공모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의혹과 오해가 있는 걸로 생각되는데 검찰에서 성실히 설명드리겠습니다”라며 차분히 대답했다. 8년만에 검찰에 소환된 심경을 묻자 황급히 SK그룹 측 인사가 기자들을 막고 최 회장을 조사실로 안내했다.

전반적으로 담담한 모습의 최 회장이었지만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질문 공세에 잠시 눈을 감는 모습에선 17년간 네 차례나 이어진 검찰과의 악연이 고스란히 읽혔다.


최 회장은 17년 전인 1994년 외화 밀반출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처음 검찰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1년 만에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연루돼 두 번째 발걸음을 했다. 형사처벌은 면했던 앞선 소환과 달리 세번째 소환에선 법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2003년 최 회장은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8.15특별사면으로 지난 과오를 털고 기업경영에 매진하던 최 회장을 다시 검찰로 불러들인 건 무리한 선물투자였다. 최 회장은 SK해운 고문 출신인 김원홍(해외체류) 씨를 통해 5000억원대 선물투자를 했다 30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SK계열사 18곳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일부가 베넥스 전 대표 김준홍(구속기소) 씨를 거쳐 김원홍 씨에게 흘러들어갔다. 검찰은 김준홍 씨를 구속기소하면서 최 부회장이 김준홍 씨와 공모해 SK계열사 투자금 497억원을 횡령하고 저축은행에서 768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는데 관여했다고 밝혔다. 또 김준홍 씨가 차명으로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200억원이나 비싼 값에 사들인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앞선 두 차례 최 부회장 소환 조사 당시 투자금이 빼돌려진 경위와 그 과정에 최 회장이 개입했는지 등을 강도 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최 회장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최 회장의 개입 정도를 캐물었다. 최 회장은 검찰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 결과 최 회장의 가담 정도가 단순 묵인이나 보고를 받은 정도가 아니라 투자금 횡령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최 회장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 회장에 대한 뚜렷한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거나, 검찰이 총수 형제를 모두 구속하는데 부담을 느껴 최 회장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수도 높다.

지난 오리온 그룹 비자금 수사 때도 검찰은 담철곤 회장은 구속하면서 부인인 이화경 사장은 입건유예로 마무리짓는 등 피의자들이 가족인 경우 한 사람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해온 전례가 있다. 여기에 경영공백이나 해외 신인도 등 수사 외적인 요소를 검찰이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최 회장 불구속 가능성을 높여준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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