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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겨진 가계부채… 자영업 대출의 공격
‘숨겨진 가계부채’ 자영업자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내수침체가 본격화하면 자영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ㆍ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5개 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1월 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대출 규모는 92조8000억원이었다. 올해 들어 10조원(10.8%)이나 급증하면서 1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1~3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4.2%)의 2.5배 수준이다.

자영업 대출이 한 해 10조원이나 늘어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증가액(4조1000억원)의 배를 훨씬 넘는 규모다.

2009년과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이 각각 2조1000억원이었던 국민은행은 올해 증가액이 5조20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2700억원이었던 신한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2년 만에 10배 가까이 커져 올해는 무려 2조6000억원에 이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이 1800억원 늘었으나, 올해는 1조1000억원 급증했다. 농협도 올해 1조원 넘게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했다.

은행별 잔액은 국민은행 35조7000억원, 신한은행 22조5000억원, 우리은행 20조원, 농협 12조6000억원, 하나은행 11조4000억원이다.

이 대출은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한다. 그러나 실제 가계부채에 가깝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면 그 빚이 고스란히 가계의 빚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가계부채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부채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대출의 급증은 베이비부머 은퇴자의 창업 급증과 은행의 과당 경쟁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40~50대가 자영업 창업에 뛰어들면서 올해 들어 11월까지 자영업자 수는 13만명 넘게 늘어 총 566만명에 달한다.

이에 맞춰 금융권은 지난해 말부터 신상품 출시와 대출보증 확대 등을 통해 자영업자 대출 확대에 ‘올인’한 결과 올해 들어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했다.

부채 상환의 책임이 법인에 있는 기업 대출과는 달리 자영업자 대출은 책임이 창업자 개인에게 있다. 빚을 갚지 못하면 창업자 가계가 다 떠안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가계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9월 말 가계부채는 892조5000억원인데 10월 5조7000억원이 늘었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 102조8000억원을 합치면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훌쩍 넘긴다.

대표적인 가계대출인 주택담보대출은 가계가 소비를 줄이면 원리금 부담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 대출은 경기침체로 매출이 급격히 줄면 원리금을 상환할 길이 막막해진다는 점에서 주택대출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대출이자율도 주택대출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다. 하나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1.08%)은 가계대출 연체율(0.45%)의 2배를 훌쩍 넘었다. 다른 은행도 올해 2분기를 저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내년에 경기둔화가 심각해지면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내수침체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과 대형 상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각각 0.5%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이 국내에 불어닥친데다 지나친 가계부채가 소비를 짓눌러 내수침체가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백화점, 대형 마트 등의 매출마저 줄어들었다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 상승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동석ㆍ하남현ㆍ최진성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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