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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뉴타운 해법’ 앞두고 조합원 갈등 증폭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1월 뉴타운 해법을 발표하겠다고 하자 해법 발표를 앞두고 일부 뉴타운 조합원들간 분쟁이 더 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뉴타운 해법 발표 전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조합원들간 기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뉴타운 구역의 조합 내부는 크게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뉜 상태.

찬성파는 시간을 끌수록 개발이익이 줄어드니 어서 빨리 개발하자고 주장하고, 반대파는 앞서 시범 뉴타운(길음, 은평, 왕십리뉴타운)의 사례에서 보듯, 뉴타운 개발 뒤 조합원들 대부분이 최소 1억~2억원의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아울러 부동산 업계가 극도의 침체를 겪고 있어 개발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때 한 동네 주민이었던 조합원들은 저마다 이해 관계가 갈려 지금은 찬성파와 반대파로 편을 갈라 갈등을 벌이고 있다.

16일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일원.

서울시가 지난 2005년 8월 3차 뉴타운으로 선정한 장위뉴타운은 186만㎡(56만평) 규모로 서울시 뉴타운 중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한다. 개발되면 약 2만500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약 10만여명이 거주하게 돼 사실상 서울 시내에 신도시를 짓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총 15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이 진행되는 이곳 뉴타운은 15개 구역 중 현재까지 11개 구역에서 조합이 설립된 상태다.

그러나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6년이 지나도록 아파트가 완공된 구역은 하나도 없다.

수년 전 개발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빌라나 단독주택이 최근 가격을 크게 낮춰 급매물로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곳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B사장은 “소위 찍기를 했던 매물을 다시 팔려고 헐값에 내놔도 팔리지 않아 애를 먹었다”며 하소연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말인 ‘찍기’라는 표현은 매물이 너무 싸게 나와 매도자가 나타나기 전에 중개업자들이 계약금을 치르고 자기 소유로 돌리는 매물을 말한다. 싼 매물을 미리 잡았다가 매수자가 나타났을 때 웃돈 얼마를 더 얹어받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B사장은 헐값에 나온 50평대 단독주택을 소위 ‘찍기’를 통해 거둬들였다가 다시 팔아 차익을 남기긴 했다. 그러나 매수자가 계약금을 건넨 뒤 며칠 후 강력하게 계약해지를 요구해 법정 소송까지 갔었다고 한다. 그는 “매수자의 매입 가격은 옛날에 비하면 크게 저렴한 수준이었는데 요즘 부동산 시장이 워낙 정체돼 있다 보니 결국 해약 요구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이렇듯 뉴타운 거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들간의 갈등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장위11구역 조합원들과 조합장의 갈등은 최근 눈에 띄게 불거져 조합장이 해임되기에 이르렀다. 뉴타운에서 조합장이 법정 구속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조합원들에 의해 해임된 사례는 11구역이 처음이다.

갈등은 지난해 4월 실시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당초 시공사 선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이었다.

사단은 시공사 선정 투표 직전 벌어졌다.

투표 직전까지 상대 건설사를 견제하던 삼성과 롯데 측이 돌연 컨소시엄을 결성해 투표에 나선 것.

현대, 코오롱, 대림, 쌍용 등의 건설회사 등도 시공사 선정 총회에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후보로 나섰지만 삼성-롯데 컨소시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조건을 제시해 비교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결국 삼성-롯데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조합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15개 구역에서 각각 시공사 선정 투표가 있을 때마다 조합원 혜택은 경쟁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11구역의 경우 오히려 앞서 시공사를 선정한 타 구역보다 혜택이 줄었다고 판단해서다.

일부 조합원들은 “다른 건설사들은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공사 선정 과정에 참가해 구색을 맞춰 특정 건설사에 몰아주기를 하는게 아니겠느냐”며 “성의없이 시공 조건을 내걸어 결국 삼성-롯데의 들러리만 서 줬고 조합원들은 닭 쫓던 개가 됐다”며 개탄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부동산 경기마저 장기간 하향세를 그리자 “이대로 개발만 주장하다가는 거리로 나앉게 된다”고 주장하는 반대론자들이 점점 힘을 얻었다.

결국 11구역 조합원들은 기존의 이상직 조합장을 해임시켰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조합장을 해임시키자 뉴타운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타 구역 조합원들 상당수도 이에 동조했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 축하한다”는 인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지난 7일에는 다시 이를 반전시키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이날은 조합장 직무대행이 기존 조합장 체제에서 세운 예산안, 건축심의비 등을 통과시키는 내용의 대의원회를 순조롭게 개최하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의원회 행사장을 강북 미아삼거리역 인근 빅토리에 호텔의 연회장으로 잡고, 용역업체 직원 70여명을 동원해 뜻을 달리하는 대의원들의 진입을 제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 장소를 찾은 몇몇 대의원들은 용역업체 직원들의 제지에 가로막혀 결국 회의장에 진입하지도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직무대행 측이 해임된 조합장 체제에 유리한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용역업체 직원들을 썼다”고 주장했다.

한 조합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 1월 뉴타운 해법을 내놓겠다고 하니 그 전에 유리한 자리를 점하기 위해 조합원들간 갈등이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조합원은 “그런데 요즘 분위기를 보아하니 박원순 서울시장이라고 뾰족한 방법은 없는 듯 하다”며 “언론 보도를 보니 서울시가 ‘뉴타운에 직접 관여 안한다’는 뒷짐 전략으로 갈 분위기인데 전임 시장 시절에도 서울시 정책은 뒷짐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정책자문을 맡은 김수현, 변창흠, 정석 교수와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 장영희 박사(시정개발연구원), 장영진 한국갈등해결센터 대표, 문승국 서울시 부시장,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 등이 참석해 최근 열린 ‘서울시 뉴타운 재개발 정책회의’에서는 ‘서울시가 뉴타운 문제에는 뒷짐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14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시민 200명을 모아놓고 가진 희망서울청책토론회에는 뉴타운 민원인들이 대거 참석해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에 대해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김수한 기자 @soohank2>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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