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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지펀드 매니저 열전 ‘나는 고수다’> “수익률 휘둘린 원칙 훼손은 금물”
②최명환 신한BNP파리바 이사
절대수익 ‘+α’가최종목표

공매도 등 위험요인 최소화

위험분석-취사선택의 과정

단순한 분산과 혼동말아야

한국형 헤지펀드 전망 낙관

차입제한도 큰장애 안될 것



“원하는 것은 얻고, 원하지 않는 것은 버리는 게 제 투자전략의 기본입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헤지펀드팀을 책임진 최명환 이사의 일성(一聲)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매니저로는 보기 드물게 글로벌 헤지펀드에서의 운용 경험을 가진 그는 치밀하면서도 절제된 투자 스타일을 갖고 있다.

실제 경험담을 두 개 정도 소개하면 그의 투자전략을 이해하기 쉽다.

2010년 11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현대건설 주가가 폭락한다. 당시 최 이사는 현대그룹이 인수능력이 없는 만큼 현대차로 결국 갈 것으로 판단, 폭락한 현대건설 주가가 원상회복할 것을 예상한다. 현대건설 주식을 샀지만, 위험요소는 남았다. 국내 주택시장과 해외 건설시장의 투자위험은 수익에 플러스가 될 수도 있지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업구조가 비슷한 GS건설과 대우건설을 공매도했다. 건설부문 호조로 GS건설과 대우건설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포지션에서 손해가 나지만 현대건설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이 돌아온다. 반대로 GS건설과 대우건설 주가가 부진하면 현대건설 주가상승도 제한이 돼 현대건설 매수 포지션의 수익은 줄어들지만, 공매도 포지션에서 수익이 난다. 이 투자로 최 이사는 40일간 12%의 이익을 실현한다.

2008년 강원랜드 주가가 폭락한 뒤 지지부진하다 2010년 초 카지노 건물 확장 재료가 발표됐다. ‘건물 확장=테이블수 확장=매출 확장’으로 판단, 매수했다. 강원랜드가 증시와 상관계수가 낮아 따로 시장위험은 제거하지 않았다. 10개월간 이 투자로 그가 얻은 수익은 80%에 달한다.

얼핏보면 그의 전략은 단순한 롱/쇼트가 아니라 상황을 활용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이나 차익거래(Arbitrage) 전략 같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을 어떤 한 가지 전략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편의상 헤지펀드 전략을 분류하지만, 실현되는 전략은 헤지펀드 매니저 숫자만큼이나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노리고 투자하느냐에 대한 확실한 분석이 있어야죠. 헤지펀드는 절대수익, 즉 알파가 목표입니다. 알파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이를 훼손할 수 있는 원치 않는 부문은 공매도 등 위험회피 전략을 통해 제거해야 합니다.”

결국 얼마나 투자기회와 위험을 세분화해서 분석하고 판단하느냐가 그의 헤지펀드에는 핵심인 셈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거의 모든 세부 투자자산에 대한 시장이 풍부하게 형성된 선진국과 달리 각 투자대상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점은 보완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헤지’가 위험분석과 취사선택의 과정이기에 단순한 분산과 혼동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간 상관도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해외투자한다고 분산은 아닙니다. 물론 투자지역이 넓을수록 더 많은 수익기회와 위험회피 수단이 있다는 점은 장점입니다만, 그저 단순히 여러 곳에 많이 나눴다고 해서 결코 덜 위험한 게 아니죠.”

철저한 수익기회 발굴과 원하지 않는 위험요소 제거로 그가 추구하는 바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면서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수익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100% 현금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투자자의 자산을 방어하고 안정적으로 증식하는 게 목표지, 눈앞의 수익률에 휘둘려 투자원칙을 결코 훼손하지 말아야 합니다.”

1997년 군 복무 중 아버지가 보내준 영문 경제잡지를 통해 아시아 금융시장을 공격하는 핫머니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그는 그 후 헤지펀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한다. 연대 경영학과와 MIT슬론대 MBA에서 수학했고, CLSA 애널리스트를 거쳐 싱가포르 티드만(Tiedemann)투자그룹, 코어베스트(Corevest)캐피털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다 최근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헤지펀드가 자칫 수익률 게임으로 오해되지만 않는다면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 상황은 운용하기에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이미 해외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만으로도 15조원 이상의 대차시장이 존재하고, 향후 자산운용사 등도 이 부문에 진출한다면 공매도 유동성은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차입제한도 주식 롱/쇼트 전략의 차입비율이 높지 않은 만큼 큰 장애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기가 한 호불황의 한 주기(cycle)는 지나야 헤지펀드의 성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장 시장내 한국형 헤지펀드 규모가 조 단위로 급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한 사이클이 지나기 전 본격적인 투자금이 들어올지도 모르겠지만, 절대수익률을 원하는 연기금 등 기관이나 고액자산가들의 요구에 부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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