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돈의 논리에…한국축구의 ‘슬픈 자화상’
“스폰서들 입김도 작용”

황보관 기술위원장 밝혀

일단 자르고 보자식 행정

팬들도 축구계도 분통



한국축구계의 낯뜨거운 속살이 연일 벌겋게 드러나고 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의 석연찮은 절차로 경질을 결정한 대한축구협회가 거액 스폰서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이 8일 “스폰서들의 입김도 경질의 이유”라고 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 매년 협회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는 방송사와 대기업 후원사스포츠 브랜드들이 입게 되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스폰서들이 월드컵 본선은 물론, 최종예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조광래 감독의 경질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후문. 해당 방송사가 경질 관련 1보를 낸 것도 그 반증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협회의 불투명한 행정과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스스로 화약고에 불을 붙인 축구협회의 대응은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팬들이나 축구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조 전 감독도 성적부진이나 팀 내 갈등 등 과오가 있지만, 정상적인 해임권을 가진 기술위원회가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않고 윗선의 압력으로 경질한 것은 당연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대안 없이 일단 자르고 보자는 식이 문제의 본질이었다.

후임으로 염두에 뒀던 후보군도 난색을 표하면서 대표팀의 정상화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강희 홍명보 등 국내파 감독은 8일 모두 고사의 뜻을 밝혔다. 일본 프로축구 시미즈 S펄즈의 압신 고트비(이란) 감독도 이날 “일본 프로리그에 전념하고 싶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황 위원장은 이달 내로 후임을 찾겠다고 했지만, 비민주적인 협회의 시스템부터 변해야 제2, 제3의 조광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더 많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국가적인 경사임에 틀림없지만, 국가대표 감독자리가 돈의 논리로 좌우되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