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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삼성운용, 파격 CEO 맞교환…회장님의 깊은 뜻은?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과 김석 삼성운용 사장의 ‘맞교환(swap)’을 두고 설왕설래다. 인사권자인 이건희 회장의 속 뜻을 누가 다 알리만은, 어렴풋이 추정은 해 볼만하다.

역대 삼성운용 사장들의 행보는 크게 세 가지. 삼성증권 사장, 삼성생명 사장, 또는 2선 후퇴다. 삼성증권 사장은 삼성증권 사장이나, 다른 제조 계열사로의 이동이 많았다. 사실 삼성 금융계열사 서열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운용, 삼성선물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이번에 서열이 깨졌다.

박준현 사장은 지난 3년새 삼성증권을 업계 확고부동의 1위로 올렸다. 김 석 사장은 ’난적’ 미래에셋에 뒤졌던 삼성운용을 업계 수위로 끌어오렸다.

박 사장은 보편적 상품과 서비스를 팔던 평면적 영업형태에, 고객 니즈(needs)에 따른 차별적 영업형태를 더했다. 고액자산가 시장, 위험정도에 따른 포트폴리오 영업이 그것이다. 금융투자에도 3D시대를 열었다고 할만하다.

김 사장은 시스템 운용이 강점이던 삼성운용에 경쟁문화를 도입했다. 본부를 세분화해 수익률 경쟁을 했고, 그 결과 대형사 최고 수익률을 이뤄냈다. 비(非)삼성출신에 대한 삼성출신들의 ’유리장벽’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약점도 있다. 박 사장의 경우 너무 잘 난 게 문제다. 거침없는 경영스타일은 때론 다른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 아울러 해외사업의 성과부진은 아킬레스 건이 됐다. 물론 우리나라 금융회사 전부가 우물안 개구리인 상황에서 3년만에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결과는 결과다.

김 사장의 경우에도 매니저간 경쟁제도가 삼성 특유의 ’시스템 운용’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있다. 수익률 경쟁은 피로를 야기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성과보상에 인색한 문화는 이 피로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아직도 삼성운용 내 유리벽의 존재를 얘기하는 이들은 많다.

앞으로의 행보는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박 사장은 자문형랩으로 펀드산업을 ’KO’시킨 주인공이다. 헤지펀드가 도입되고, 사모펀드(PEF)가 확대되면 ’입체적 자산관리’ 전문가인 박 사장의 능력이 발휘될 소지가 크다. 퇴직연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그룹 금융계열사의 자산운용은 박 사장의 전공분야다.

김 사장의 경우 사실 자산관리전문가라기 보다는 재무ㆍ전략 통이다. 외환위기, 카드위기 때마다 그는 그룹 자금문제 해결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박 사장 덕분에 삼성증권의 자산관리 분야는 난공불락이 됐다. 이제 삼성증권의 과제는 투자은행(IB) 부문이다. 기업금융, IB 전문가인 김 사장이 적임자일 수 있다.

얼핏 박 사장의 삼성운용 행(行)이 강등(demotion)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삼성 문화에서 ’사장’은 ’사장’이다. 모두가 회장 앞에서는 평등하다. 그룹에 어떤 기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회사냐는 그 다음이다.

김 사장의 삼성증권 행은 승진(promotion)으로 볼 수 있지만, 높은 곳은 그만큼 더 위험하다. 삼성증권의 전선(戰線)은 삼성운용보다 더 넓다. 그룹이 원하는 건 자산관리와 IB에 모두 강한 삼성증권이다. 한 쪽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

아울러 삼성 금융투자 부문에서 박 사장과 김 사장은 대표주자다. 두 최고경영자(CEO)의 경쟁과 화합, 그리고 이를 통한 삼성증권과 삼성운용의 동반 시너지 극대화가 이 회장의 진정한 속내가 아닐 듯 싶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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