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 사촌동생 서연(수애)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조언을 하는 모습이 더욱 멋있어 보였다. 이상우에게 ‘국민 사촌오빠’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맘때다.
초반 친구인 지형(김래원)이 서연을 버리고 향기(정유미)와 결혼하려고 하자 지형에게 그럴 수 있냐고 몰아붙인 것도 재민이였고, 서연이 사실은 지형과 결혼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후부터는 이들의 결혼을 적극 도운 것도 재민이였다.
재민이 자동차안에서 안타까운 처지의 서연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서연을 사랑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기우였다. 그는 안전한 남자였다. ‘오빠’에서 ‘아빠’로 넘어가는 남자가 아니라 100% 안전한 키다리 아저씨였다.
하지만 서연과 지형이 결혼한 이후 재민의 역할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재민이라는 캐릭터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재민 캐릭터의 인기가 김래원(지형)을 넘어설 정도였으나 후반부에서의 역할은 사라졌다. 5일 15회 방송에서 이상우의 분량은 수애와 같이 목욕하러 나가는 엄마와 나눈 1분여간의 대화가 거의 다였다.
속깊은 오빠, 다정한 사촌오빠, 매력적인 조력자로서의 이상우는 지금 보기 힘들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