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됐던 ‘현대 비자금’ 사건에 대한 수사가 8년여 만에 본격적으로 재개됨에 따라 미스터리로 남았던 ‘스위스계좌 3000만 달러’의 행방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이 사건 핵심인물인 무기중개상 김영완(58ㆍ미국) 씨에 이어 자금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전 현대상선 자금담당 임원 박모 씨를 5일 소환해 조사중이다.
박 씨는 김 씨가 제시한 스위스 비밀계좌로 현대 비자금 3000만 달러를 송금할 때 실무작업을 한 인물이다. 원 수사당시 검찰이 정몽헌 당시 현대그룹 회장에게 확보했던 진술에 따르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정 회장에게 3000만 달러 송금을 요청했고, 정 회장은 당시 자금 사정이 좋던 현대상선의 미주본부를 통해 김 씨가 알려준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이 자금은 정 회장의 자살과 김 씨의 해외 도피로 수사가 중단되며 행방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당시 정권의 대북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정권 실세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갔거나 김 씨가 중간에서 가로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 관계자는 이날 이에 대해 “이번 수사를 통해 과거 수사 사안들도 진실 규명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디로 최종적으로 흘러갔는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박 씨는 참고인 자격으로 부른 것이며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김 씨는 필요할 경우 참고인들 조사 상황을 봐가며 재소환할 예정”이라며 추후 관련 인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확대하겠는 계획을 내비쳤다.
8년여 만에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김 씨는 조사 이틀 뒤인 지난 달 29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