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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파도 없애고…교장실은 공부방
3년만에 기초학력미달 ‘0’…섬마을 천가초교의 대변신
테이블도 치우고 서가로

놀토에도 영어체험학습



월요일·주말마다 학생방문

교장·교직원들 집중지도

편부모 등 결손가정학생

자기주도학습 능력 키워





천가초등학교가 위치한 부산 강서구 성북동은 대한민국에서 둘째 가는 대도시 부산에서도 낙후한 지역 중 하나다.

이곳은 지난해 거가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 섬이었다. 도심에서 이런저런 연유로 소외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르는 곳이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많다.

천가초의 전교생은 58명. 이 중 학교 인근 고아원인 소양보육원 학생만 12명이다. 또 조손ㆍ편부모ㆍ다문화 등 이른바 ‘결손가정’ 학생도 15명이나 된다.

절반 가까운 학생이 힘든 처지에서 공부하는 터라, 학업에 흥미를 잃고 방황에 빠지기 쉽다. 

지난 2009년 3월 부임한 이 학교 김해청 교장은 이 같은 환경에 주목했다. 특히 방과후면 간식을 챙겨주고 “학교 가서 뭐 했니” “공부는 잘했어”라며 따스하게 챙겨줄 부모가 없는 소양보육원 학생을 가장 신경 썼다. 김 교장은 “이른바 ‘앵벌이’를 하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도 있어 성격이 거칠고 10분도 집중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궁리 끝에 찾은 방법은 ‘찾아가는 공부방’. 매주 월요일과 주말 오후 교장 이하 모든 교직원이 학생을 찾아가 직접 가르친다.

김병규 교감은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어루만지면서 부모처럼 세세하게 챙겨주기 위해 공부방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천가초 교장실에는 테이블과 소파가 없다. 대신 학생 10여명이 공부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책도 100권 정도 서가에 꽂혀 있다. 교장실이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과 도서실로 바뀐 것이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교장실에 찾아와 책을 읽고, 자유롭게 김 교장에게 질문도 한다. 김 교장은 아이들에게 더 이상 선생님이 아닌 친근한 할아버지로 받아들여졌다.

김 교장은 ‘놀토(매월 2ㆍ4주 토요휴업일)’에도 오전 9시에 나와 교장실과 영어체험실 문을 연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영어를 익힐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학교의 노력에 교육당국도 화답했다. 천가초를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로 지정해 ‘5차원 전면학습법’ 등 교수법을 보급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노력은 현실로 나타났다. 천가초는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2008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7.39%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김 교장은 “교사가 아이를 직접 찾아 가르치고 살펴주면 학력이 올라갈 뿐 아니라 학생의 인성도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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