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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삼구 회장 지분매각에 금호석유화학 화색
수년째 그룹과 계열분리를 시도해온 금호석유화학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석화 지분 매각에 들떠 있다. 사실상 분리경영에 이어 계열분리의 요건이 갖춰지면서 독자생존의 활로를 찾았다는 분위기다.

계열분리를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를 상대로 ‘계열제외신청 거부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내고 오는 12월12일 첫 변론 기일을 기다리고 있는 금호석화 측은 소 취하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대우증권과 노무라증권은 박 회장(5.3%,1354만6512주)과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5.15%,130만9280주)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화 지분 10.45%(265만5792주)의 일괄매각(블록세일)에 나섰다. 29일 종가 16만5500원 대비 5~7% 할인율이 적용돼 매각 전망은 밝다.

이로써 그룹과 금호석화의 계열분리를 위한 박삼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 3% 미만 룰의 조건을 충족시키게 됐다.

박 회장은 2009년 6월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으며 지금껏 금호석화 지분을 함께 보유하며 같은 사옥을 쓰며 불편한 동거 생활을 해왔다.

즉, 박 회장 일가의 금호석화 지분율이 ‘제로(0)’가 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분리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계열분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유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등)으로 나뉘게 된다. 박찬구 회장 측은 아들인 박준경 해외영업 3팀장과 조카인 박철완 해외영업1팀장과 함께 금호석화 지분 28.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된다.

금호석화 측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인사, 조직, 사업투자 등 일반경영은 분리돼 운영됐지만 법적으로 그룹에 묶여있다 보니 여신연장이나 자금조달, 금리대우 등에서 힘들었던 게 사실이었다”며 “주요 시장인 중국을 비롯한 대외적으로 그룹 리스크를 벗고 채권단과 자율협약 졸업, 적기 시설확충 등 주력 사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분리를 요구했지만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금호석화는 이번 박삼구 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보는 분위기로 소송 취하를 내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3% 이상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법상 금호석화가 박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집단(금호아시아나)으로 판정한 반면, 금호석화 측은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이 위탁한 전문경영인으로 비록 금호석화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금호석화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같은 동일인(지배자)이 지배하고 있는 기업집단으로 볼 수 없다며 소를 제기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첫 변론기일에서 공정위가 왜 박삼구 회장을 동일인으로 보는지, 그 이면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간 모종의 계약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계열분리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금호석화가 채권단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피하기 위해 소를 취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금호석화의 욱일승천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매출 3조9000억여원에 영업이익 3600억여원을 기록하며 1970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고 올해도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실제 공격적인 설비투자로 주력인 합성고무, 합성수지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며 박찬구 회장 스스로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언급한 금호석화는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 관심이 집중되며 증권가를 중심으로 올해 매출 5조원 이상, 영업익 7000억원 안팎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그룹에서 분리되면 지분법 손익이 개선되고 부채가 줄어드는 등 영업외 가치도 높게 평가받을 전망이다. 화학에 집중하고 경쟁력을 키우면서 영업이익률 10% 안팎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280% 수준의 부채비율은 자율협약 졸업 조건인 200% 아래로 어렵지 않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류정일 기자 @ryu_peluche>
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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