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 고화질(HD) 방송의 전면 중단 사태가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시청자들의 불편이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저화질(SD) 시청에 따른 시청자 피해 보상 대책은 전혀 마련되고 있지 않은 데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2시부터 지상파 디지털 HD 방송 송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현재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1100만 중 디지털 TV 수상기를 통해 지상파 HD 방송을 시청하는 약 500만 가입자와 HD 케이블 가입자 약 270만 등 770만 가입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에 각각 수신료와 가입비를 내면서도 화질이 떨어지는 표준화질(SD)의 지상파 TV 화면을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시청자들의 불만은 늘어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황모 씨는 “시청료 꼬박 꼬박 내고 거기에 디지털 케이블 요금까지 내는데 휴대폰 화질보다도 못한 화면으로 시청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경북 문경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이번 사태는 KBS, MBC 등 공영방송의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동네는 디지털 방송이 외부 안테나로도 잡히지 않는 난시청 지역인데 방송을 볼 수 있는 권리도 없다는 것인가"라고 지상파 방송사들을 비난했다.
목동에 사는 주부 이 모씨는 "HD 방송이 안 나와 아이들 눈이 나빠질까봐 더 이상 케이블TV를 보기가 겁난다"며 "케이블 TV를 해지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청자는 "사업자들 밥그릇 싸움에 시청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데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는 도대체 뭘 했는가"라고 질타했다.
재송신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와 케이블 양 진영의 이견이 좁혀질 여지가 적어 시청자들의 이 같은 피해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시청자들의 피해를 보상해 줄 대책에 대해 지상파, 케이블 진영은 물론 정부까지 무대책으로 뒷짐만 지고 있다.
케이블TV측은 "디지털 방송 송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법원 판결에 따라 하루 최대 1억5000만원을 지상파 방송사에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방송 중단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시청자 피해 보상 방안은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이 없으며 개별 SO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법원의 간접 강제 결정에 따른 것으로 개별 SO들의 서비스 이용약관에 명시된 ’사업자 귀책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SO들의 설명이다. 약관에 명시된 보상 기준에 따라 보상 받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지상파도 책임을 케이블에 떠넘기고 있다.
지상파측은 "고화질 지상파 HD 방송은 시청자가 직접 수신 안테나를 달거나 공청망을 통하면 시청할 수 있다"며 "케이블TV가 자체적으로 중단한 것이므로 케이블TV에 문의하라"며 책임을 케이블에 전가하고 있다.
시청자를 볼모로 삼는 방송 중단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방송통신위원회도 정작 방송이 중단되자 시청자 보호 대책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방통위는 "구체적인 시청자 피해 보상계획은 방송을 끊은 케이블TV가 마련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이어서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최상현 기자@dimua>puqua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