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내년 마케팅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시장에 내놓을 신차도 적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자동차 수요는 수입차를 포함해 158만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 예상치 160만대보다 2만대 가량 적은 수치로, 내수가 줄어들기는 2008년 이후 4년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전체 내수는 감소하지만 수입차 판매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입지는 한층 좁아지고 있다. 올해 10만대 판매 돌파가 확정적인 수입차는 한ㆍ미 및 한ㆍEU FTA 발효에 따른 가격경쟁력과 60여종에 이르는 신차를 앞세워 내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12만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투명한 내수 상황을 반전시킬 신차가 부족하다는 점도 국내 완성차 업체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내년 중 출시가 예고된 신차는 현대차의 싼타페 후속과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K9, 한국GM이 미국에서 들여올 콜벳 등이 전부다. 올해 현대ㆍ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이 쏟아낸 신차가 20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내년 신차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현대차 아반떼 2도어 모델과 i40 세단, 르노삼성 SM3와 SM5의 부분변경 모델, 쌍용차 액티언 픽업 부분변경 모델 등이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지만 완전 신차가 아니어서 판매에 큰 변화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처럼 판매 여건은 열악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일제히 내년 내수 목표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절대적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보다 판매량을 늘린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목표치를 마련 중이다.
2011년 대대적인 신차 투입과 판매 네트워크 정비를 마친 한국GM은 사상 첫 내수점유율 두 자릿수를 노리고 있고 새로운 대주주를 맞은 쌍용차도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내수 판매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국내에서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르노삼성도 주력 차량의 부분변경 모델을 앞세워 내년에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문제는 목표를 달성할 마케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자동차 마케팅은 신차 출시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내년 극심한 신차 공백으로 인해 고객을 유인할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업체간 치열한 가격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침체로 움츠러든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격을 내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획기적인 마케팅 방안을 내오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내년에는 큰 폭 할인과 장기간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 등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hamlet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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