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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되면 지역 중소건설업체 연쇄도산 불가피”
내년부터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를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로 확대하려는 정부 방침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 공사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 낸 업체가 공사를 따내는 최저가낙찰제는 지난 1962년 첫 도입이후 부실시공 등의 논란으로 세 차례나 도입과 폐지를 반복한 끝에 지난 2001년부터 다시 단계적으로 도입,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이를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 시행키로 한데 대해 건설업계는 지역 중소 건설사들을 부도로 내몰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국회와 지자체까지 가세해 최저가낙찰제 확대 정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을 반대하는 중심에는 전국 5만 6000여 건설사를 대표하는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사진>이 서 있다. 18개 건설단체 대표회의 수장인 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은 “최저가낙찰제의 경우 영국 등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예산절감 효과는 없고 시공품질에 문제가 많다는 게 입증됐다”며 “특히 최근 건설경기가 최악의 상황이고, 100억~300억원 발주 공사 상당수가 지역 건설사 물량이란 점에서 무조건적인 확대는 지역 중소 건설업체를 연쇄 부도로 내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최삼규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최근 건설업계 현황은 어떻습니까?

▷최근 건설업계는 민간건설경기 침체장기화와 공공부문의 물량부족으로 매우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습니다. 국내공사 수주물량은 2007년 127조 9000억 원에서 올해 102조 7000억 원으로 25조 2000억 원(19.7%)이나 감소되었습니다.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100대건설사 중 23개사가 워크아웃ㆍ법정관리에 들어가 있고 최근에는 84년 역사를 가진 임광토건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13개사는 유동성문제로 대주단 협약에 가입해 있는 등 참담한 상황입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비율은 54.6%, 은행권 부동산PF 연체율은 5.08%에 달하는 등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실제로 지난해 건설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의 절반수준, 순이익율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특히, 지역ㆍ중소건설업체들의 여건은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해 1억원이상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중소업체는 전체의 29%에 달했으며, 수도권과 지방업체가 건설수주액 비율은 72.2% 대 27.8%로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정부 발주공사의 원가도 실적공사비 적용 확대 및 발주처의 과도한 예산삭감 관행으로 이윤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한다고 하니 건설업체들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지역중소건설업체들은 생존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상의 문제점 이외에도 우리 사회전반에 건설산업을 ‘토건족’, ‘노가다산업’이라고 폄하하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 도 우리 건설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60년간 황폐한 국토를 맨손으로 재건하며, 국가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우리 건설산업이 부정·부패 등을 일삼는 부정의 온상이자 후진적 산업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입니다.

50년 가까이 건설업을 영위한 저로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하여 참담하고 통탄스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간 우리 건설인들이 우리나라를 위해서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비춰져 비애감이 들 정도입니다.

-협회가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방침에 대해 유례없이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시는 바와 같이 최저가낙찰제 확대 대상공사가 300억원미만 100억원 이상인데, 이렇게 되면 최저가낙찰제 공사가 전체 공공공사 발주물량의 70∼80%로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적격심사낙찰제’를 낙찰자 결정기준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현행 국가 및 지방계약제도의 기본취지에도 반하게 되어 원칙과 예외가 전도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확대 대상공사규모가 주로 지역업체나 중소건설업체들의 수주영역이다보니 지역업체 및 중소건설업체들이 받는 타격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1억원이상 공공공사를 1건도 수주하지 못하는 업체가 전체의 30%가까운 상황에서 최저가낙찰제까지 확대되면, 사실상 지역중소건설업계는 설자리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저가낙찰제는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재 및 장비업체 등 수많은 중소 연관기업들의 동반 침체와 건설근로자들의 고용악화로 이어져 지역경제 전반을 위기로 몰고 갈 뿐입니다.

이러한 절박한 사정들이 협회가 과거와 달리 좀 더 강력한 대응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우선, 최저가제 자체가 문제점이 워낙 많은 제도입니다. 최저가제의 문제점 때문에 1962년 도입된 이래 폐지와 재도입이 반복된 것만 7번째입니다.

최저가제는 계약시점에서는 예산이 절감되는 듯 보이나 총 생애주기 측면에서 보면 과다한 유지보수비용 발생으로 오히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합니다. 미국 연방조달규정(FAR)도 최저가제가 ‘무늬’만 예산절감이지,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허위절감(False Economy)’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보아도, 최저가제가 최초로 운용되었던 1962∼1971년에 발주된 경부ㆍ영동ㆍ울산고속도로의 보수비용은 20년전인 1992년에 이미 건설비용의 110%(경부), 170%(영동), 200%(울산)을 초과하였으며, 당시 언론은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무리하게 삭감된 것을 과다한 보수비용 발생의 주 원인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덤핑입찰과 미숙련 노동력ㆍ저급자재 등의 투입을 조장해 시설물 품질저하 및 부실공사 위험을 높이며, 무리한 공기단축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 의사소통이 곤란한 외국인근로자 고용확대로 인한 산재증가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 전체공사 중 최저가공사의 금액비중은 39.4%에 불과함에도, 동년 공공공사 산재다발현장 21개소 중 최저가제 적용현장은 90%에 달하는 19개소로 나타났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들은 노무비 절감을 위해 저임금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 밖에 없어 내국인 건설 일용근로자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최저가제가 500억원에서 300억원이상 공사로 확대된 이후 연평균 5만6천여개의 내국인 일자리가 사라지고 미숙련 외국인근로자들로 채워졌습니다.

또한, 최저가낙찰제 운용지속은 최고가치(Best-Value) 낙찰제를 트렌드로 하는 글로벌스탠더드와 전혀 맞지않는 정책으로, 우리업체들이 해외의 기술경쟁위주인 고부가가치 공사입찰에 효과적으로 대응토록 하는 능력을 키워주지 못해 현재 대부분의 해외수주는 단순 도급시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선진적 제도로의 전환을 위하여 발전적 폐지가 시급한 최저가제가 오히려 100억 이상 공사로 범위가 확대된다면, 지역ㆍ중소건설업체들의 경영파탄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건설업의 지역내 총생산 비중이 8∼9%로, 단일업종 최고수준임을 감안할 때 지역경제 위축이 심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역업체 연간수주물량은 약 7100억원 감소가 예상되며, 수주감소 중소기업은 약 1830개사로 추정됩니다. 하도급업체, 자재ㆍ장비ㆍ인테리어 업체, 식당 등 직ㆍ간접 연관산업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돼 지역 서민가계 악화를 야기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외국의 최저가낙찰제 운용현황은 어떻습니까?

▷결론적으로 선진국들은 최저가낙찰제를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시행착오적 제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영국은 1994년부터 정부주관으로 최저가제의 공과를 검증한 결과, 초기 건설비용 절감보다 준공이후 유지관리비용 등 전체 생애주기 비용의 증가액이 훨씬 더 커 사회적 실익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2000년대 들어 최저가제를 공식 폐기하였습니다. 현재는 비용대비 가치 측면(Value for Money)에서 가장인 효율적인 방식인 가격과 품질을 종합평가하는 낙찰제로 전환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860년대 이래 최저가낙찰제를 운영해 왔으나, 연방조달규정(FAR)이 최저가제가 ‘무늬’만 예산절감이지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허위절감(False Economy)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을 계기로 최저가제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었습니다. 이에 1994년 정부조달합리화법(FASA) 제정으로 최고가치(Best Value) 발주방식으로 방향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미 연방 조달청의 경우 전체의 발주물량의 20%정도만 최저가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2000년대 들어 덤핑입찰로 인한 품질저하, 불량ㆍ부적격업자의 입찰참여 등 끊임없는 부작용을 발생시켜온 최저가낙찰제를 대체할 수 있고 민간업체들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낙찰방식을 모색하였습니다.

그 결과, 2005년 ‘공공공사의 품질확보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가격위주의 경쟁에서 탈피, 가격과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종합평가낙찰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실제로 국토교통성 발주공사 경우 지난 1999년 2건에 불과했던 종합평가낙찰방식 발주건수가 2009년에는 전체의 99.2%인 1만1127건에 달했습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에 대해 최근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국회의 경우에는 이미 지난 6월 30일 국회의원 202인의 찬성으로 ‘지역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최저가낙찰제 확대 철회 결의안’이 결의한 바 있고, 현재 발의된 국가계약법 개정안 8건 중 5건이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발의된 국가계약법 개정안은 22일 국회 재정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최저가낙찰제도의 문제점을 알리고자 대한건설협회를 비롯한 24개 건설관련 단체는 언론에 성명서를 게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최근 정부도 이러한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은 무엇입니까?

▷빠른 시일내에 문제투성이인 최저가제를 폐지하고 글로벌스탠더드인 품질위주 평가중심의 낙찰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입ㆍ낙찰방식이 공사금액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되는 것에서 탈피, 발주기관이 공사의 유형, 특성,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당해 공사에 적합한 입찰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산업 위기극복 과제 이외에 협회장으로서 하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건설산업은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건설산업이 낙후산업이 아닌 첨단 종합기술산업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하여 우리 건설산업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주남 기자 @nk3507>
/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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