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저소득층의 엥겔계수가 7년 만에 가장 높아진 것은 서민 가계의 고물가 충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식료품의 경우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없다. 식료품을 포함한 의식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서민층은 문화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저소득층 의식주 비용은 늘어나고 =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의 전체 소비지출은 122만3000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5.7% 증가한 반면 식료품ㆍ비주류 음료을 사는 데 쓴 비용은 27만9000원으로 7.2% 늘었다.
이에 따라 1분위의 엥겔계수는 22.8%로 지난해 같은기간 22.5%보다 더 악화됐다. 2004년 24.4% 다음으로 가장 높아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반 식당,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등에 쓴 비용인 ‘식사비’까지 포함하면 1분위의 실질적 엥겔 계수는 33.0%까지 올라간다. 저소득층 소비의 3분의 1이 식생활에 쓰인 셈이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의 엥겔 계수는 12.2%로 1분위의 절반 수준이며, 전년 12.4%에서 오히려 개선됐다. 식료품ㆍ비주류 음료 지출의 증가율도 3.8%에 그쳤다.
집세가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 역시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늘었다.
3분기 월세와 주택 유지ㆍ수리비용을 포함한 주거 및 수도ㆍ광열비 지출은 1분위가 8.0%나 늘었지만 5분위는 오히려 0.4% 떨어졌다.
여기에 의류ㆍ신발 비용까지 더하면 1분위가 ‘의식주(의류ㆍ신발+식료품·비주류 음료+식사비+주거·수도ㆍ광열)’에 지출한 돈은 61만6000원으로 소비지출의 50.3%를 차지했다.
▶문화ㆍ교육 비용은 줄인다 =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의식주 비용 부담이 커짐에 따라 자연스레 문화생활 비용 등은 줄일수 밖에 없다.
1분위의 공연 관람 등 오락ㆍ문화 비용은 3분기에 4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줄었다. 반면 5분위는 최근 경기 둔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출을 작년 3분기 23만6000원에서 올 3분기 24만4000원으로 3.5% 늘렸다. 특히 여행비는 5분위가 6만3000원인데 반해 1분위는 5천원으로 10분의 1도 안됐다.
교육비는 1분위의 지출이 3분기 10만1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4% 증가하긴 했지만 5분위는 이보다 6배 가까이 많은 60만1000원으로 격차는 여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4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가까스로 3%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가 이달에 다시 4%대 상승을 넘보며 단기 재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기저효과 등을 고려할 때 4%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10월 수입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16.0% 올라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고 공공요금 및 전기요금도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보여 저소득층의 의식주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