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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의의 창업실패자 구제…내년 500억원 전격 지원
중진공, 본지 中企공모전 제안 첫 정책 반영
컨설팅 통해 채무조정

신용불량기업인에 재기 기회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이른바 굴뚝산업이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탈출구로 여겨져온 창업. 그러나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고, 실패 후 재기는 더더욱 녹록지 않다. 일시적 자금부족 때문에 흑자부도를 냈건만, 신용불량자 꼬리표 때문에 새 사업을 일으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선의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된다. 헤럴드경제가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연구원과 공동 주최한 ‘중소기업 체험리포트 및 논문 공모전’에서 “선의의 신용불량자를 구제하자”는 제안내용이 반영돼 중진공이 내년에 500억원의 관련예산을 전격 배정키로 한 것.  

송종호 중진공 이사장은 15일 시상식에서 “선의의 신용불량자 채무면제 방안을 내년 정책에 반영시키겠다”며 “중소기업창업진흥기금 중 창업지원자금(융자금) 일부를 활용해 채무조정 연계형 500억원을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간금융 매칭형으로도 800억원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실패기로 체험리포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지승(오른쪽)씨.

채무조정 연계형은 중진공 컨설팅과 연계한 직접대출 및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선의의 실패 시 채무조정을 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민간금융 매칭형은 공모로 민간금융회사 2개를 선정, 자체자금(50%)과 매칭해 같은 형태의 실패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제안을 한 사람은 현재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삼호씨엠의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김지승(56ㆍ사진 오른쪽) 씨. 그 자신도 15년째 신용불량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 대기업에서 11년간 기획과 영업을 담당하다가 뜻한 바 있어 1992년 패션프로모션업체를 창업했지만, 한창 잘나가던 사업은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를 맞아 덜컥 문을 닫아야 했다. 집도 채권은행에 뺏긴 채 무일푼으로 거리로 나앉아야 했다.

거래업체들로부터 받은 수많은 어음은 모두 지불불능 상태였다. 가정은 파괴됐고 가족과는 생이별을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를 잃고 이혼을 한 데다 당뇨병까지 얻었다. 그러나 새 사업을 하려 해도 채무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수십억 빚과의 사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시련’이란 체험기로 체험리포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그는 “타인의 부도에 의한 연쇄부도로 신용불량 상태가 된 선의의 피해기업인들마저 재기불능으로 만들 경우 우리 사회의 창업과 도전 의지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실패사례를 귀중한 학습경험으로 활용하면 성공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도 선의의 신용불량자가 구제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기업하다 망하면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이 IMF 이후 강화된 신용관리제도로 인해 사라졌다”며 “지금의 신용제도는 일종의 ‘신용연좌제’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제도하에서는 도전적인 창업은 물론 기업가정신 발휘는 더더욱 힘들다. 한 번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속히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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