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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아내 내려놓고…‘일탈의 지중해’로
연극 ‘셜리 발렌타인’서 두번째 호흡…배우 손숙·연출자 글렌 월포드
손숙 1인 15역 ‘셜리’눈부신 열연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나도 쾌감

그 느낌 오롯이 객석에 전달”

‘셜리…’첫 연출 英출신 글렌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세히 지적

파격무대로‘ 참된 행복찾기’주문



‘일탈’, 그것은 중년의 마음속에도 살아 숨쉬는 단어다. ‘욕망’, 이 또한 중년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분출되지 못한 채 꿈틀거리는 불덩어리다. ‘나이가 들어서…’, ‘챙겨야 할 가족이 있어서…’, 현실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 고립된 채 살아가는 중년의 갑남을녀. 그 가운데 용감한 선택을 한 여자가 있다. 바로 ‘셜리 발렌타인’ 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연기하는 배우 손숙이 또 한번 셜리 발렌타인으로 변신했다. 유쾌한 모노드라마 손숙의 ‘셜리 발렌타인’(배우 손숙ㆍ 연출 글렌 월포드)이 예술의 전당 명배우시리즈 그 첫 번째 무대를 장식한다. 최근 예술의 전당 한 연습실에서 배우 손숙과 연출자 글렌 월포드를 만났다.

“어젯밤 정말 끝내줬어. 짱이었지”…(중략)…“뭐가 짱이고 뭐가 끝내줬는지…” 

손숙은 요즘 젊은이들의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혼잣말을 곱씹으며 금세 셜리로 변신해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중년 여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1인 15역을 거뜬히 소화해 내는 배우 손숙. 매서운 눈으로 무대를 살피는 연출자 글렌. 둘 사이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강렬한 에너지가 오고 갔다.

▶ No pain, No gain! = 깨알같은 디테일로 새로운 셜리, 새로운 무대를 만든다

손숙은 이번 무대를 통해 글렌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때문에 처음에는 별 어려움 없이 연습하고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렌은 단 한 마디로 상황을 요약한다. “No pain, No gain”. 손숙은 “우리요? 자매 같아요. 글렌은 이래라 저래라 무섭게 지적하는 언니같죠. 디테일한 부분까지 요구를 많이 하는 편이어서 처음 열흘 동안은 ‘내가 미쳤지’ 생각할 정도였다니까요” 손숙은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이해한다는 듯이 크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글렌은 배우 손숙의 능력을 치켜세웠다. “이미 그녀의 능력치를 알고 있어요.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기 때문에 배우의 베스트가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믿음을 갖고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거구요”

▶배우인 나도 ‘셜리’를 통해 쾌감 느껴=그 느낌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하는 것이 목표

손숙은 셜리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했다. “나는 배우였지만 결혼도 일찍 했고, 개인적으로 일탈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못해 보고 살았어요. 우리 누구에게나 ‘사용되지 않은 삶’이 있다고 생각해요. 셜리는 그 ‘사용되지 않은 삶’에 도전하는 여자죠” 손숙은 셜리에 대해 평범한 주부들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일탈을 과감히 시도하는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또 1994년 초연 당시 이 연극은 여성의 일탈과 로맨스에만 집중돼 조명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 당시엔 무대에서 수영복을 입는다는 것 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고 거기에만 관심이 쏠려 오히려 속상했어요” 하지만 이젠 시대가 달라졌고 남성들도 꿈꾸는 로망이 있다고 손숙은 말했다. “남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이 연극에는 녹아있어요. 그걸 모든 관객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극은 나의 삶 자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는 나이와 상관없죠”

손숙은 연극을 ‘삶 자체’라고 표현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자기한테 갇혀 살기가 쉬워요. 하지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는 나이와 상관 없죠” 그녀는 ‘셜리 발렌타인’이라는 인물이 관객들의 삶에 변화와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렌도 동의했다. “한국만이 아니죠. 유럽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경제위기에다 정치 상황도 불안해서 사람들이 꿈을 찾고 도전하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기 삶을 찾으라고 메시지를 전하는 연극이죠”

무대위에서 셜리가 내뱉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중년의 거울을 묘사한다. 연극은 부와 성공만을 좇아 현실의 틀을 맴돌기보다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진정한 행복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때문에 셜리의 일탈은 응축된 욕망의 불덩어리를 품고있는 중년에게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카타르시스’는 연극 ‘셜리 발렌타인’이 관객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다. 예술의 전당 명배우 시리즈 그 첫 번째, 손숙의 ‘셜리 발렌타인’은 오는 11월 18일부터 12월 4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려진다.(02) 580-1300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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