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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늘 “연하남과 연애? 난 내가 기대는게 좋아”
서른 셋, 잔치는 시작됐다.

“그날 파티를 너무 심하게 해서 며칠 고생했지요. 완전히 실신했다니까요. 축하주 한잔씩만 받아먹었는데도 얼마나 됐는지…. 이번 주말에는 친구들과 모여 케이크에 와인을 마시기로 했어요.”

영화배우 김하늘(33)이 데뷔 15년만에 상복도 터졌다. 지난달 5일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서 ‘블라인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오는 25일 열리는 청룡영화상에서도 같은 작품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역시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다. 최근작 ‘너는 펫’의 개봉에 즈음해 만난 김하늘은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신인 때 받았다면 이런 기분은 아닐 거에요. 필모그래피가 쌓인 상황에서 15년만에 받으니까 저를 응원한 분들한테 오히려 제가 보답해드린 느낌입니다. 상을 받으면 허탈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해 안가요. 저는 마냥 기분이 좋아요.”

 
영화배우 김하늘.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지난 10일 개봉한 ‘너는 펫’에서 김하늘은 능력과 재력을 갖춘 30대 독신 커리어우먼 역할을 맡았다. 남동생 친구인 연하의 자유분방한 청년(장근석)을 집에 얹혀살게 해주는 조건으로 ‘애완동물’처럼 대우한다는 계약을 맺는다. 장근석이 이 영화로 “남성관객들과는 더 많이 멀어질까 걱정된다”고 했을 때 “내가 (남자들한테는) 호감이니까 괜찮아”라고 김하늘이 대꾸했다던데, 그 말은 영화 그대로다. 손발이 오그라들만하다는 표현대로 자칫 민망할 대사나 상황도 상대가 김하늘이니까 매력적인 ‘반전’이 된다. 김하늘이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보여줬던 각양각색의 로맨스. 상대와 장르, 소재에 따라 척척 맞춰가는 게 타깃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카사노바같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찬사가 무색치 않다. 김하늘은 “개인적으로는 연애할 시간이 없으니 영화 속의 로맨스에 더 끌리는 것 같다”며 “연기에서 오히려 사랑을 배운다”고 했다. 



“시각장애여성 역할을 한 ‘블라인드’ 때는 공포감도 적지 않았고 숨도 턱턱 막혔어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철저한 계산이 요구되는 작품이었으니까요. ‘너는 펫’은 저를 회복시킬 수 있는 휴가같고 여행같은 비타민이었어요. 좀 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작품이라고 기대하고 선택했어요.”

김하늘은 ‘7급 공무원’에선 액션에 도전했고, ‘블라인드’에선 로맨스 장르를 벗어나 진지한 표정으로 스릴러영화 속 시각장애인을 연기했다.

“매번 단 음식만 먹을 수도 없고, 몸에 좋은 쓴 약만 섭취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요. 단 한 작품만 한다면 주목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영화만 할테지만, 배우로서 길게 보고 호흡을 하고 싶습니다.”
 
영화배우 김하늘.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장근석은 공식석상에서 자유분방하게 발언을 즐긴다. 때론 김하늘이 나서서 말릴 때도 있었다. 무대 뒤, 카메라 바깥에선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고 ‘예쁜 짓’을 하는 장근석이지만 가끔 김하늘에겐 “내가 못 살아”라는 푸념이 절로 나오는 남동생같다.‘너는 펫’에서의 연하남과의 귀엽고 발랄한 사랑. 실제라면 어떨까.

“연애상대에게 제가 누나 입장에서 챙겨주고 감싸줘야 한다면 싫어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제가 기대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죠.”

김하늘은 데뷔 이후 쉴 새 없이 달려왔다. 늘 익명의 대중으로부터 평가받고,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는 직업. 김하늘은 “나는 나만의 정원을 잘 꾸며놓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하늘의 정원’은 자신만의 마음의 안식과 여유, 자유를 누리는 추상적인 공간이기도 하고, 실제 김하늘만 알고 즐기는, 물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일을 끝내고 돌아섰을 때는 그냥 나에요. 나를 받아줄 수 있는 가족이 나만의 정원이죠.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거창한 외국여행 아니고도 조용하게 찾아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황홀경에 빠질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얼마전엔 제천에 다녀왔는데, 천국처럼 정말 황홀한 곳을 발견했어요. 친구랑 약속잡고 갈 생각인데 벌써 설레요.”

김하늘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한 배우의 삶이 좋다”며 “딱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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