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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不通’ 대통령이라 꾸짖을 땐 언제고…자가당착 민주당
지난 4년간 이명박 정권을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불통(不通)정권’이라고 줄기차게 비난해왔던 민주당이 정작 자신들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 

대통령이 11일 정국의 최대 난제인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직접 찾아와 진지하게 대화하자는 제안을 단칼에 거부했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최고지도자에 대한 예의마저 어긋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방문, 손학규 대표를 비롯 여야 지도부를 만나자는 제안에 대해 “밀어붙이기 식의 명분쌓기”라며 응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새로운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국회에 오는 것은 여야 타협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다”며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운영에서 소통을 강조했던 민주당이 현재 처한 정치적 득실 논리에 따라 만남 자체를 봉쇄하는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이란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지난달에도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FTA에 대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제안했고, 청와대도 이를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민주당은 과거 청와대의 초청 행사에도 곧잘 불참해왔다. 지난 6월 청와대의 국회 상임위 초청 간담회에는 이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의 영수회담을 하기 전에 간담회를 여는 것이 순서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참석하지 않았다. 2008년 12월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후 예정됐던 여야 대표 초청 오찬 행사도 민주당의 불참 결정으로 연기됐다.

이번 이 대통령의 면담제의 거부는 사실 민주당내의 복잡한 사정도 큰 이유다. 민주당은 현재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내부 이견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손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와 김진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온건파 간의 의견 대립이 팽팽한 상태다.

강경파는 ‘한ㆍ미FTA 재재협상’을 당론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내년 4월 총선 결과로 결정짓자‘는 것이 공식 당론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도 폐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국과의 재협상, 전세계가 공통으로 적용하고 있는 ISD의 폐기만을 고집하면서 당내 협상파와의 간극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소통거부에 대해 ”야당이 만나지 않겠다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스스로 논리가 궁색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이 지난번 본회의 연설을 통해 FTA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했는데 야당이 거부한 바 있다“며 ”이번 방문은 FTA의 진정성을 국회에 보여주기 위한 표현의 일환으로 본다“고 말했다.

쇄신파에 속하는 홍정욱 의원은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의료 개혁법안 처리를 앞두고 해외순방을 취소하고1주일간 100명의 야당 의원을 만나고 통화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대통령이) 직접 통화하고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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