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100만원 재돌파
다수종목은 소외 ‘양극화’
리먼사태·IT버블붕괴…
시장 불안심리 가중될수록
기관 편애’ 더욱 심해져
최근 9개월여 만에 주가 100만원을 재돌파한 삼성전자의 강세가 시장 전체적으로는 약세장의 증거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로 매기가 몰리는 것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의 반영이고, 다수 종목의 소외라는 양극화 장세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결국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잘나가면,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은 많이 못 오른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 종가기준 100만원을 돌파했던 지난 1월 28일 전후 한 달간 삼성전자의 주가와 코스피 흐름을 살펴봐도 이 같은 묘한 함수관계는 확인된다.
1월 28일까지 한 달간 삼성전자의 주가가 9.54%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4.23% 상승에 그쳤다. 이후 코스피는 한 달간 조정흐름이 이어지면서 8.52%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100만원을 재돌파한 이번에도 삼성전자가 장을 앞서는 흐름이다.
지난 4일까지 한 달간 삼성전자가 16.14% 오르는 사이 코스피는 1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좀더 기간을 넓혀보면 삼성전자와 코스피 간 궤적 편차는 더욱 벌어진다. 중기 상승 추세대를 완전히 회복한 삼성전자와 달리 코스피는 아직 5월 고점 대비 두 자릿수대의 하락률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장을 이기는 패턴은 과거 약세장에서 여러번 나타났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7~2008년 리먼 파산 직전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 국면, 90년대 중반의 과잉 투자에 따른 약세장 초기 국면, 2000~2001년 닷컴 버블 붕괴 국면이 이에 해당한다. 당시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코스피의 하락은 시작됐다.
이번에도 이 같은 법칙이 재연될 개연성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삼성전자의 강세는 주식 내 안전자산을 찾고자하는 심리의 반영이자 일정 정도 기관투자가 쏠림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도 그저 개별종목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강세를 코스피 추세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뜻이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삼성전자는 변동성이 큰 반도체 부문 대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핸드폰 사업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제 ‘경기방어주’로 인식되고 있다.
시장 불안심리가 가중될수록 삼성전자의 독주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관 투자가의 입장에선 포트폴리오 내 삼성전자를 일정 비중 이상 담을 수 없어 삼성전자가 장을 이기면 코스피는 못 오른다”고 설명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