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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지물된 외통위 ‘강철門’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4층에 위치한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실 출입문은 알고보면 상당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강철문이다.

외관상으로는 목재문이지만 전후면 합판 사이에는 고강도 철재가 들어가 있어 5톤 트럭이 지나가도 끄떡없을 정도라고 한다.

원래 외통위 출입문은 순수 목재문이었지만 지난 2008년 ‘해머사건’으로 파손된 이후 국회사무처에서 총 4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출입문 전체를 이와같은 강철문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지난 2일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외통위 회의실에서 벌어진 여야간 격렬한 몸싸움과 신경전은 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2008년 때처럼 쇠망치나 배척(일명 빠루)이 등장하진 않았지만 ‘수법’은 한층 더 지능적인 모습이었다.

소회의실을 통해 전체회의장으로 기습진입한 야당 의원들은 출입문 안쪽에 책상과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쌓더니 무동을 타고 회의실 CCTV까지 신문지로 감싸 내부상황 노출을 차단했다. 시나리오에 따라 한껏 ‘숙련된’ 모습이었다.


이러는 사이 다른 의원은 회의실 중앙에 위치한 고가의 도자기 두 점을 직접 손으로 다른 곳에 옮기는 ‘침착함’을 보였다. 이 도자기는 한 도예가가 소속 의원들이 이를 보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다신 몸싸움을 하지 말란 뜻에서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하나는 흰색이고 다른 하나는 적갈색인데 시가로 각각 2000만원, 3000만원 정도다.

국회 경위를 앞세운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장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려 하자 한 야당 의원은 미리 준비한 펜치로 자물쇠를 고정시키더니 결국은 고장나게 만들어 아예 열쇠로는 문을 열 수 없도록 만들었다. 다른 야당 의원은 아예 회의실 문 열쇠를 감춰버렸고, 출입문 손잡이를 강타해 망가뜨리기도 했다.

회의장 밖 복도에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당직자ㆍ보좌진이 몰려와 국회 경위들을 밀쳐내기 시작했다. 양측 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회의실 바깥에 있던 사람 중에선 “2008년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외통위 ‘해머사건’ 이후 3년동안 국회선진화법, 몸싸움방지법 등이 다수 발의됐고 시설물도 추가보강됐지만, 이보다 먼저 의원들의 의식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는 이유다.

<서경원 기자@wishamerry>
/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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