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GA투어의 석연찮은 투표 연기로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가 바뀔지도 모르게 됐다.
PGA투어는 루크 도널드가 우승을 차지한 가을시리즈 최종전 종료 직후 돌연 ‘올해의 선수상 투표를 11월 HSBC 챔피언스를 마친 뒤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에 비하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상 페덱스컵 시리즈가 끝나면 올해의 선수 윤곽이 나와 투표를 했었고, 올해처럼 상금왕이 가을시리즈 최종전에서야 가려진다면 그 대회를 마친 뒤 실시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투어측은 PGA투어 상금랭킹에 들어가지도 않는 유러피언투어 대회 HSBC 챔피언스 결과를 본 뒤 투표를 하겠다고 하니 의혹의 눈초리가 투어 사무국측에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이 대회에 세계 상위랭커들이 대거 출전하는 빅매치인 것은 맞지만, 올해의 선수상은 전 세계 투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PGA투어에서의 활약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어측이 세계랭킹 1위, 상금왕, 최저타수상, PGA 올해의 선수(포인트로 자동선정)상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가 휩쓸어가자 ‘잉글랜드의 독식을 막아보자고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상 올해의 선수가 확정적이었던 도널드의 불만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도널드는 최근 미국 골프채널에 출연해 “하필 내가 디즈니에서 우승한 직후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 HSBC 챔피언스는 미 PGA투어 상금랭킹에 포함되지 않는 대회이며 유러피언투어 공동주관 대회다. 그러면 내가 올해 유럽에서 거둔 성적도 투표에 반영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발했다. 도널드는 “만약 내가 HSBC 챔피언스에 출전해 우승한다면 또 다른 대회를 추가할 것“이라며 꼬집었다.
도널드는 아내의 출산이 임박해 HSBC에 출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대회에서 상금왕 2위 웹 심슨이나, 2승을 거둔 슈퍼루키 키건 브래들리 등이 우승을 한다면 투표권을 쥔 PGA투어 선수들의 민심(?)이 바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두 선수는 모두 미국인이다. 미국의 골프닷컴은 이번 논란이 일자 미국 100대 코치를 대상으로 ‘도널드가 올해 최고의 선수인가’라는 투표를 실시했고, 87.9%가 그렇다고 답했다.
투어측으로서는 도널드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아도, 받지 못해도 ‘무리수를 던졌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